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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스트이십일 Dec 01. 2021

(인터뷰)충무사 박봉신 관장, 호국영령들의 애민...

충무사 박봉신 관장

[포스트21 뉴스=김민진 기자] 가족과 이웃, 국가와 민족을 위해 목숨을 버릴 수 있는 이들이 몇이나 있을까. 전라남도 순천시 신성리에 있는 충무사의 박봉신 관장은 임진왜란 시기, 백성과 민족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신 호국영령들을 기리며 그들의 업적을 되새기는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호국영령들의 영혼을 기리는 위로의 손길


임진왜란은 16세기 말에 벌어진 전쟁이다. 당시 동아시아의 주요 국가로 알려진 조선과 일본, 명나라가 모두 휘말린 최대 규모의 전쟁으로 총 6년간 진행되었다. 전쟁 자체는 6년으로 마무리되었지만, 이 사건이 미친 영향은 엄청났다. 


전쟁에 참가한 삼국의 운명이 이로인해 인해 크게 달라졌다고 평가하는 이들도 있을 정도. 그중에서도 조선은 일본의 침략을 받은 국가로서 가장 많은 물질적, 인명 피해를 입은 국가였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조선이 결국은 일본의 침략을 저지해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임진왜란을 자랑스러운 역사로 기억하지만, 당시의 백성들과 호국영령들에게 임진왜란은 다시는 마주하고 싶지 않은 고통스러운 기억일 것이 분명했다. 

충무사(忠武祠) 박봉신 관장은 이처럼 임진왜란 이면에 숨은 전쟁의 폐해와 그 과정에서 스러져간 호국영령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작업을 8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

“선조들이 지켜준 안전한 대한민국에서 역사를 배우는 우리는 임진왜란을 단순히 승리한 전쟁이라고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록을 보면 당시 일본군을 마주했던 장군들과 병사들의 불안감과 두려움을 여실히 알 수 있어요. 우리가 저들을 막지 못하면 어떻게 되나, 혹은 조선의 미래는 어찌 되는가. 심지어 우리가 최고의 명장으로 우러러보는 이순신 장군님조차 난중일기에서 자주 불안감을 내비치셨죠. 전쟁에 대한 두려움과 패배에 대한 불안감을 민족과 백성에 대한 사랑으로 모두 극복하고 전쟁에 나서신 겁니다. 이 과정, 감정을 알게 되면 호국영령들의 업적이 얼마나 대단했던 것인지를 더욱 절감하게 됩니다.”


역사와 전통이 깃든 ‘충무사’ 지원은 미비해··· 아쉬움 남아 


충무사는 전라남도 순천시 해룡면 신성리에 있는 조선시대 사당으로 현재 전라남도 문화재자료 제48호로 지정되어 있다. 임진왜란 시기 수많은 왜적을 물리쳐 전라도와 조선을 구한 이순신 장군, 정운 장군, 송희립 장군을 모시기 위해 세운 사당이다. 


임진왜란이 끝나고 약 100년 뒤, 왜군이 많이 죽었던 신성리성에서 끊임없이 왜귀가 출몰해 주민들이 두려움에 떨게 되었다. 이에 사당을 짓고 왜군들이 가장 두려워했던 이순신 장군의 위패와 영정을 모시고 제사를 지내면서 평화로운 생활을 즐겼다고 한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 영정 사진

무려 300년 넘는 역사가 깃든 공간이지만, 1913년에는 일제의 민족정신 말살정책으로 소각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다행히 광복과 함께 유적이 복구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지만, 여전히 지원은 미비한 실정이라고 박봉신 관장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다행히 건물의 유지, 보수는 문화재청과 정부에서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어 큰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충무사를 알리는 활동에도 신경을 써주셨으면 좋겠어요. 이곳이 어떤 곳이고, 우리 지역민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곳인지, 그리고 여기 모신 분들이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하신 것인지. 지금은 제가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관광객 분들에게 역사해설을 하고 있지만 개인이 모든 일을 도맡아서 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이순신 장군의 애국정신이 남아있는 곳


박봉신 관장은 서울에서 30년 간 무역업에 종사하다가 2010년대 초반, 고향인 순천으로 내려와 자신만의 사업인 국제타일아트라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인물이다. 충무사와 큰 인연은 없지만, 오로지 고향과 지역에 대한 봉사의 마음 그리고 호국영령들에 대한 존경심 하나로 2013년부터 충무사 관장을 맡아 운영해 오고 있다. 

충무사 전경 사진

그는 아무리 본업이 바쁘더라도 매일 아침과 저녁마다 충무사를 방문해 마당을 쓸고, 주변 정리를 한다.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니고, 보수를 지급하는 것도 아니지만, 박봉신 관장은 언제나 기쁜 마음으로 충무사 관리를 도맡고 있다. 


“이순신 장군은 알면 알수록 매력적이고 위대한 영웅입니다. 초인적인 능력만이 부각된 다른 영웅들과 다르게 끊임없이 고뇌하고, 두려움과 싸우면서도 다른 영웅들을 압도하는 어마어마한 성과를 일궈낸 분이죠. 이런 대단한 영웅을 모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영광입니다. 아쉬운 건 제가 충무사에서 느꼈던 호국영령에 대한 존경심과 위대함을 보다 많은 이들이 공유했으면 한다는 거에요. 역사적 의미가 높은 장소인 만큼, 충무사가 지역관광명소로 거듭나 많은 이들의 방문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충무사 내 겨울 전경 이미지

아무도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을 때도, 억울한 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할 때도, 힘겹게 일궈놓은 대함대가 12척만을 남기고 사라졌을 때도. 이순신 장군은 오로지 백성을 지켜야겠다는 일념 하나로 모진 고통과 외로움을 견뎌내셨다. 


돌아가신 뒤에나마 후손들이 그 곁을 지켜드리고 싶다는 박봉신 관장의 말이 새삼 뭉클하게 다가온다. 순천을 방문할 일이 있다면 이순신 장군과 정운, 송희립 장군의 기개와 애국정신이 남아있는 지역명소, 충무사를 방문해 보자.


포스트21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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