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들이 더불어 사는 땅이 되어야"
[포스트21=유우주 기자] 불과 100여년 전까지만 해도, 한반도는 자연의 보고라고 할 정도로 생태계의 균형이 잘 잡힌 땅이었다. 먹이 사슬의 최상위권에 위치한 맹수들 또한 위세를 떨쳐서, 조선시대에는 호랑이에게 입는 화를 ‘호환’(虎患)이라고 부르며 두려워 했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에는 호랑이는 물론이고, 늑대와 같은 맹수들도 찾아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복원된 반달가슴곰은 자연에 뿌리내리는 과정이지만, 여전히 사냥꾼들의 올무와 덫에 희생되고 있다.
실질적인 비무장지대 이남의 최고의 먹이사슬 포식자는 자그마한 담비와 삵 같은 동물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 동물들 또한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되어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야생 동물들은 100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어떻게 멸종되었는지, 또 멸종된 종에는 어떤 종이 있는지 알아보자.
일제 강점기의 해수구제 사업
사실 한반도의 대형 맹수들은 18세기 경부터 조금씩 숫자가 줄어들어 갔다. 늘어나는 인구와 식량의 필요성에 따라 더 많은 경작지가 필요한 인간들과 그에 따른 영역의 침해를 받는 맹수들의 충돌은 불가피한 일이었다.
많은 가축과 인명이 맹수들에 의해 희생되자 ‘착호군’이라는 군대를 만들어 운영할 정도였다. 착호군은 평소에는 맹수사냥을 나서고, 전시에는 군인으로 활동하는 일종의 예비군 제도였다.
뿐만 아니라, 조선시대에는 왕실에 바쳐야하는 품목 중 호랑이와 표범 가죽이 있어서 매년 마다 1,000여 마리 정도씩 사냥 되었으리라 추정된다.
하지만 이런 맹수들이 본격적으로 자취를 감추는 ‘절멸’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은 일제 강점기(1910~1945) 시대이다.
36년 동안, 일본은 우리나라의 정기를 뿌리 뽑기 위해 많은 억압 정책을 펼쳐왔다. 특히 그 시대에 한반도에 서식하는 야생동물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해수구제사업(害獸驅除事業) (1915~1942) 시기이다.
한반도의 거주하는 일본인들의 안전을 위한다는 명분이었지만, 예로부터 일본인들은 한반도에 서식하는 호랑이와 표범, 늑대같은 맹수들이 조선인들의 기상을 나타낸다며 두려워하고 부러워했다.
한반도에 거주하는 맹수들을 사냥한다는 것은 곧 조선인들의 기상을 꺽어놓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그리고 맹수들이 제공하는 가죽들은 조선을 침략하여 병합한 일본인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전리품이었을 것이다. 이 시기에 사실상 일본인들의 총구 앞에 ‘절멸’ 된 동물들은 맹수들 뿐만이 아니다.
사라진 산군
한반도의 서식하는 호랑이는 시베리아 호랑이 개체로, 골격이 크고 줄무늬가 뚜렷하며 예쁜 우수한 종이다.
인명과 가축을 가장 많이 해치기도 했지만, 호랑이가 주는 가죽은 고위층들이 가장 선호하는 사치품이었기 때문에, 가장 먼저 절멸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 마지막 호랑이는 1921년에 사냥된 호랑이로 추정된다.
표범과 늑대
백두대간과 개마고원이 있는 한반도에는 자연스럽게 다양한 종의 동물들이 많이 살 수 있었다. 표범과 늑대 또한 기록상으로 봤을 때, 호랑이의 4배 정도 되는 개체 수가 서식했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하지만, 역시 해수구제사업 20여 년 동안 모피와 가죽으로 많이 사냥되어 절멸상태에 이르렀다.
마지막 표범 개체는 1973년 마지막 수컷 표범이 동물원에서 사망한 것이고, 늑대 개체는 일제 강점기를 넘기면서 존재해 오다가 1950년대 ‘쥐 잡기 운동’으로 인해 멸종이 가속화 되었다.
쥐약 먹은 쥐를 먹고 늑대들도 많이 죽게 된 것이다. 마지막 늑대는 1997년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폐사한 영주 늑대이다.
독도에서 서식했던 ‘독도 강치’
바다표범과의 강치는 우리나라에서 한 때 수만 마리가 서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때, 가죽과 기름을 얻기 위해 무분별한 사냥이 시작되면서 불과 50여년 만에 자취를 감추었다.
1972년 독도에서 마지막 강치가 발견되었으며, 1994년 국제 자연보전연맹이 멸종을 선언하였다.
토종 여우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여우는 북미에서 서식하는 여우들보다 좀 더 날렵하고 털이 매끈한 것이 특징이다. 여우들 역시 모피 용으로 많이 사냥 되었다.
이 때문에 한반도에서는 자취를 감췄었는데 우리나라의 한 개장수가 시베리아에서 밀반입해 번식해서 기르던 것이 ‘토종 여우’인 것이 확인되어, 번식 노하우를 알려주는 조건으로 처벌을 면제받은 일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 50마리 정도 야생에서 서식하고 있다.
설 자리가 없는 야생 동물들
인간들의 주거시설과 생활시설이 발달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동물들의 설 자리는 없어지고 있다. 동물들의 주요 서식지인 산은 골프장과 스키장이 되고, 터널이 뚫린다.
설자리가 없는 동물들은 인간들이 살고 있는 곳으로 내려오게 되고, 로드킬을 당하기도 하며 인간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명목으로 살해된다.
사람에게 직접적인 생명의 위협을 주는 호랑이, 늑대 같은 동물들은 한국에서 복원되지 못할 것이다. 위에 언급하지 못했던, 절멸 위험이 있는 야생동물들이 많다.
한반도는 인간들끼리만 더불어 사는 땅이 아니라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들이 더불어 사는 땅이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