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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스트이십일 May 11. 2020

여전히 동화처럼 사는 펭수

  

[포스트21=이우진 기자] EBS 출신 펭수의 인기는 여전히 뜨겁다. 지난해 신드롬을 일으켰던 10살 연습생 펭수. 올해도 ‘10살’이라고 꿋꿋하게 외치고 있다. 나이를 먹지 않는 것이 펭수의 롱런 비결일까. 지금도 펭수에게 위안을 받는 대중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펭수의 꿈은 불가능에서 시작했다      


유튜브는 구독자 10만 명을 달성하면 실버버튼을, 100만 명을 달성하면 골드버튼을 준다. 유튜브 채널이 처음 개설됐을 때부터 펭수는 원대한 꿈을 밝혔다.   

   

방탄소년단(BTS)처럼 성공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EBS에서 많은 캐릭터를 배출했지만 펭수처럼 전 세대를 아우른 캐릭터는 없었다.  

    

펭수 때문에 경제력이 있는 높은 구매 성향을 보이는 20세부터 49세가 EBS 사장이름을 알게 됐다. 탈을 쓴 캐릭터가 범국민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것.    

  

펭수 캐릭터는 대한민국에서 한 번도 시도된 적 없었다. 지난해 펭수는 많은 이들을 위로하고 감싸주는 포용, 억울하거나 분한 것은 바로 표현하는 직설적인 태도로 파란을 일으켰다.    

  

펭수의 인기가 올라가면서 급격한 성장기는 성숙기를 맞이했다. 펭수는 많은 기업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고 지상파 방송국을 넘나들며 다양한 방송에 출연했다.      


EBS의 수익 창출에 직결된 CF 촬영 횟수가 늘어났다. 유튜브 채널 역시 광고와 홍보 위주의 동영상이 업데이트되기 시작했다. 펭수가 자칫 변하진 않을까.      


팬들이 열광하는 펭수의 본모습은 사라지지 않을까.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빠지진 않을까. 걱정과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올 때쯤, 이를 불식시킬 콘텐츠가 공개됐다.    

  

끼 넘치는 펭수는 그대로펭성도 그대로    

  

펭수의 목표는 방탄소년단급으로 성공하는 것이다. 펭수의 남다른 춤세계는 익히 알려져 있는데 임문식 PD와의 댄스배틀 콘텐츠로 다시 주목받았다.    

  

이어 펭수가 ‘펭수로 하겠습니다’ 신곡을 발표하고 트와이스에게 아이돌가수 성공비결을 전수받는 콘텐츠가 공개됐다.      

콘텐츠에 따라 조회수 차이가 있는데 펭수다운 콘텐츠는 여전히 반응이 뜨겁다. 우리나라에서 크게 성공한 가수라도 빌보드 차트 진입은 잡히지 않는 꿈만 같다.   

   

펭수는 처음 등장했을 때처럼 닿을 수 없을 것 같은 꿈을 향해 가고 있다. 가장 펭수다운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펭수, 힐링여행을 떠납니다’ 편은 코로나19로 우울한 사회에 큰 감동을 선사했다. 펭수는 늘 티격태격하는 범이와 여행을 떠난다.   

   

펭수와 범이는 짓궂은 장난을 친다. 보는 관점에 따라 서운함이 느껴지는 대화가 오간다. 그래도 펭수 유튜브 채널 구독자들은 큰 위로와 감동을 받았다. 끝까지 보면 나오는 펭수와 범이의 관계 때문이다. 펭수는 범이가 잠들기 전 대화를 나눈다.    

  

“잘 거야?”

“응.”


“알았어. 잘 자.”

“응. 나랑 캠핑 오니까 좋지? 다시 올 거지? 왜 대답이 없어? 그래라. 내가 너 아니면 캠핑 올 친구 없는 줄 아냐? 나 잔다!”      


펭수가 묵묵부답이자 범이는 토라진 채로 잠든다. 펭수는 범이가 잠든 뒤에 혼자 중얼거린다.

      

“범아. 오늘 즐거웠어. 다음에 또 오자.”    

 

혼자 웃으면서 물개박수를 치는 펭수로 에피소드는 마무리된다. 펭수가 웃는 이유는 무엇일까. 보던 영화가 재미있어서 웃었을까. 범이에게 표현하지 못했지만 같이 있는 시간이 즐거워서 웃었을까.     

 

이 에피소드에는 특히 더 많은 댓글이 달렸다. 펭수와 범이의 대화는 우리가 친구와 나누는 소소한 대화와 흡사하다. 펭수, 범이같은 친구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도 꽤 많다.      


같이 캠핑을 가고 싶은 친구, 다음에 또 같이 가고 싶은 친구도 없는 현대인이 많다. 지금 펭수를 보며 눈물을 훔치는 구독자의 삶은 비슷할 것이다.      


친구가 더 소중하지만 직장에 매달리는 현실이 서글펐다. 펭수의 팬들은 ‘코끝이 찡한 역대급 감성’이라는 댓글처럼 마음이 편안해지고 따뜻해지는 콘텐츠를 기다리고 있다.     

 

처음 펭수 열풍이 불었던 때가 떠오른다. 밖에서 이리저리 치인 사람들은 따뜻한 말을 듣고 싶었다. 실패에 대해 엄격한 사회 분위기가 싫었다.      


펭수는 “내가 힘든데 힘내라고 하면 힘이 납니까? 그러니까 힘내라는 말보다 저는 사랑해라고 해주고 싶습니다”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고 어른이고 어린이고 중요한 게 아닙니다. 이해하고 배려하고 존중하면 되는 거예요”      

“그렇게 힘들면 혼자 있으면 안 되는데” 등의 어록을 남겼다.      


펭수는 생존을 위해 앞으로도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할 것이다. 팬들도 이해하면서 펭수를 응원한다. 펭수다운 언행은 계속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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