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21=박윤선 기자] 우리가 사랑에 빠지는 것은 이성적인 행동인가? 아니면 본능적인 행동인가? 이와 같은 물음표에 답을 얻고자 다양한 실험이 진행되었는데, 그중 가장 대표적인 실험이 바로 ‘땀에 젖은 티셔츠 실험’이다.
땀에 젖은 티셔츠 실험
1995년 스위스 동물학자 클라우드 베데킨트는 44명의 남자 대학생들에게 깨끗한 티셔츠를 이틀간 입게 했다. 물론 샤워나 데오도란트 사용은 금지. 이후 회수한 티셔츠를 49명의 여자 대학생들에게 주고 냄새를 맡게 한 후 호감이 가는 티셔츠를 고르게 했다.
이 실험 자체로만 보자면 충분히 불쾌할 수 있다. 땀 냄새로 범벅이 되었을 44개의 티셔츠에서 어떻게 호감이 가는 티셔츠를 고를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실험 결과는 흥미로웠다. 여자 대학생들은 호감이 가는 티셔츠를 고른 것은 물론 체취를 맡고 난 후 기분이 좋다거나 섹시하다는 평을 내놓았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실험 결과가 나타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항원복합체(MHC) 유전자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조절하는 항원복합체(MHC)는 종류가 다양할수록 보다 많은 질병에 면역성을 기른다. 즉, 남녀의 항원복합체(MHC)가 서로 다를수록 그 자손은 더욱 다양한 질병에 저항할 힘을 갖는 것이다.
여자 대학생들이 땀에 젖은 티셔츠 냄새를 맡고도 불쾌감이 아닌 호감을 느꼈던 이유는 자신과 유전자 차이가 큰 남성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인간 역시 동물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자신과 다른 항원복합체(MHC) 유전자에 본능적으로 끌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중세 유럽의 무도회에서는 여성들이 얇게 자른 사과를 자신의 겨드랑이 사이에 끼워뒀다가 마음에 드는 남성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이 역시 유전자 정보를 상대에게 알리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또한, 2006년에는 항원복합체(MHC) 유전자가 실제 결혼 생활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서로 다른 항원복합체(MHC)를 가진 커플은 그렇지 않은 커플보다 더 만족스러운 결혼 생활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그 밖에도 몸에서 풍기는 냄새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드러내기도 한다. 2011년 12월 폴란드 브로츠와프 대학 연구팀은 30명의 남녀 참가자에게 각각 흰색 면 티셔츠를 4일간 입게 했다.
그 과정에서 냄새를 보존하도록 조치하고 성격검사를 실시했다. 이후 티셔츠를 회수해 남녀 각각 100명에게 나눠주고 냄새를 맡게 한 후 티셔츠 주인의 성격이나 특성 등에 대한 점수를 매기도록 했는데, 티셔츠 주인 스스로 평가한 성격, 특성과 상당 부분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본능적으로 이끌리는 사랑 그리고 연애
평생의 배우자감을 고르는 과정에서 모험의 변수를 줄이기 위해 우리는 우리의 본능을 무시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현명한 연애는 본능보다는 이성적인 생각의 틀에서 결정되는 것이니까 말이다.
그렇기에 점차 나이를 먹을수록 감정이 아닌 머리로 연애를 하게 된다. 상대의 조건이나 취향, 라이프스타일 등을 파악한 후 자신에게 가장 부합하는 연애 대상자를 찾는다.
하지만 때로는 머리로 하는 연애가 아닌 본능적인 이끌림에 의한 연애에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굳이 건강한 아이를 낳기 위해 자신과 다른 유전자를 찾으려 하는 동물적인 본능이 아니더라도 연애가 주는 순수한 즐거움은 분명 가치가 있다.
최근 유럽과 미국에서는 셔츠 냄새를 맡아 데이트 상대를 구하는 페로몬 파티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말하자면 같은 종의 속하는 동물 개체들이 서로 정보 전달을 위해 사용하는 체외 분비성 물질인 페로몬을 통해 자신에게 알맞은 짝을 고른다는 것이다.
애당초 인간에게는 페로몬을 탐지하는 능력이 없다는 주장이 있기도 하지만 사랑이 단순히 격렬한 감정이 아닌 다양한 변화를 동반하는 신체의 화학적 반응이라는 사실에 주목한다면 페로몬 파티가 아예 허무맹랑하지는 않다.
프랑스 수학자 블레즈 파스칼은 “사랑에 빠지는 데는 이유가 있지만, 그 이유를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현명한 연애를 위해 우리가 아무리 머리로 계산을 해도 도저히 이성의 힘으로도 제어할 수 없는 본능적인 이끌림은 분명히 있다. 그러므로 마음껏 사랑하라! 당신의 본능적인 이끌림에 따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