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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스트이십일 Jul 12. 2020

체육계는 왜 故최숙현 선수의 절규를 모른척 했나

또 한번 찾아온 비극... 언제 쯤 멈출까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 심석희, 유도 심유용 사태에도 사라지지 않은 체육계 악습

 故최숙현 선수의 호소에도 작동하지 않은 안전 시스템을 이제는 개선해야


[포스트21 뉴스=유우주 기자] 다시 한번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인 경주시청 소속 故최숙현 선수가 6월 26일, 22세의 이른 나이로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최 선수는 선수 생활 내내 지속적인 구타 및 가혹행위를 당해 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행태가 너무 가혹해서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고인이 계속해서 협회와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체육계의 제 식구 감싸기로 무시 당했다는 것이 밝혀져, 사람들을 더 큰 충격에 빠트렸다. 


2019년 모두가 사랑한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 심석희의 충격적인 폭로 이후 빙상 업계 뿐만 아니라 대한체육회에 대한 전수조사가 시행 된지 1년 정도밖에 안된 터라 충격은 더욱 크다. 체육계에서는 도대체 왜 이런 충격적인 일들이 계속해서 벌어지는 것일까?


선수의 인생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지도자


우리나라의 소위 말하는 ‘엘리트 체육’은 미래의 생계를 걸고 어린 시절부터 혹독한 훈련을 강요받는다.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당연한 외국과는 다르게 한국에서는 운동을 시작한 순간부터는 학업을 포기하고 운동에만 인생을 쏟아붓게 된다. 


자연스럽게 외국에서는 불의의 부상이나 재능의 벽으로 인해 운동선수로서의 길이 막히더라도, 원래 진행하던 학업의 길로 자연스럽게 나아갈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너무 이른 순간부터 학업을 포기하기 때문에 운동의 길이 실패하면, 인생을 실패하게 된다는 두려움을 가지게 된다.

 

바로 여기서 지도자의 무소불위의 권력이 탄생한다. 지도자의 말을 안 듣거나 눈 밖에 나면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 폭력과 가혹행위가 가해져도 참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심지어 너무 어린나이에 지도자에 의한 강압이 세뇌가 되어, 그루밍 폭력 성폭력을 당하는 등 아동 청소년들의 인권은 철저하게 짓밟히게 된다. 

결과가 나와야 학생의 인생과 지도자의 인생이 결정되는 스포츠는 결국 ‘정신 차려야 한다’는 대의 아래서 비인간적인 행태가 아무렇지도 않게 행해지는 지옥인 것이다. 


전문성과 능력이 아닌 인맥으로 결정되는 체육계의 요직들


故최숙현 선수의 소속팀인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팀은 멕시코의 카르텔이 연상될 정도로 감독과 주장의 힘이 절대 권력인 폐쇄적인 팀이었다. 


감독과 팀 닥터는 故최숙현 선수에게 폭언 및 폭행은 물론, 동료를 대신 폭행하거나 최 선수의 부모님을 불러 직접 최 선수를 폭행하게 하는 등 정신적으로 극한에 몰아갔다. 


심지어 주장인 장 모 선수는 동료들을 담합해 최 선수를 따돌리는 등 입단 후에 운동을 1년 쉬어야 할 정도로 최 선수는 망가져갔다. 놀라운 점은 경주시청의 감독은 트라이애슬론 지도자 자격증이 없는 것은 물론, 선수 경력 자체가 없는 자격미달임이 드러났고, 팀 닥터는 아예 의사 자격증은 물론 물리치료사 자격증도 없는 비 의료인임이 드러났다. 


감독의 인맥으로 선수들이 자비로 고용해가며 데려온 마사지사는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땄다는 허위 경력을 내세우며, 팀 닥터로 임명되어 선수를 폭행했을 뿐만 아니라 마사지를 핑계로 성추행까지 일삼았다는 것이 알려져 많은 사람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비극을 무시해왔던 대한 체육회에 대한 대대적인 재 개편이 필요


故최숙현 선수는 소속팀은 경주시청, 소속단체인 경북체육회, 상위기관은 대한체육회, 경찰까지 총 6번에 관해 자신의 당하는 폭력행위에 대해 신고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무관심과 증거불충분으로 인한 무죄 그리고 그 후에 이어지는 보복이었다. 효자종목 쇼트트랙의 금메달리스트 심석희 조차 대한체육회와 빙상계의 제 식구 감싸기로 인해 피해를 받았던 것을 생각해보면, 비인기 종목의 무명선수인 최 선수에게 힘이 되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전 국민의 사랑을 받은 컬링 은메달리스트들인 ‘팀 킴’조차 경북체육회 내의 인맥으로 컬링계를 주무른 김경두 감독과 그 가족들에 횡포에 의해 노예에 가까운 생활을 했음에도 김경두 일가는 직위해제에 그쳤다. 


‘엘리트 체육’의 줄기 자체를 바꿀 순 없더라도, 지도자들의 전문성 고취 및 꾸준한 인성교육이 필요하다. 또한 피해자가 어렵게 신고를 했음에도 두 번 다시 묵살당하는 일이 없도록 철저한 전수조사 및 단체의 재개편이 필요한 시점이다. 


운동에 인생이 달려있는 선수들은 지도자와 체육계 관계자들 앞에서 철저한 약자일 수 밖에 없다. 각종 악습으로 인해 더러워진 구정물을 깨끗한 물로 되돌리기 위해선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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