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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스트이십일 Jul 19. 2020

‘트롯신이 떴다’, ‘이것이 진짜 트롯 예능이지’

[포스트21 뉴스=오현진 기자] 트롯이 예능의 효자 아이템이 됐지만 시청자들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미스터트롯’의 경쟁 과정에서 공개된 출연진들의 개인 사연이 시청률 견인차가 됐다. 이 점을 참고한 유사 프로그램이 쏟아지고 대부분 경연 형식을 유지하고 있다. 


말 그대로 트롯신이 대접받는 방송 


‘트롯신이 떴다’는 처음부터 완벽한 레전드를 섭외했다. 예능 프로그램의 요소인 경영 방식을 재미있게 차용했다. 점수를 매기지 않는다. 탈락하는 가수도 없다. 


우리나라 국보급 트롯 가수를 섭외해놓고 ‘탈락할 수 있다’라는 규칙을 적용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런 뻔한 대우의 문제가 아니다. 


‘트롯신이 떴다’는 선의의 경쟁 구도를 유지하면서 진짜 트롯이 뭔지를 알려주고 있다. 또한 노래에 대해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음을 담았다. 진짜 정통 트롯 예능으로는 만점을 줄 정도로 완벽하다. 


‘트롯신이 떴다’의 초기 방향은 ‘한류 트롯 열풍’이었다. 전 세계를 돌며 레전드 트롯 가수들이 깜짝 공연을 펼치기로 계획했다. 베트남에서 한 공연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타국에서 트롯을 열창할 수 있다는 보람에 출연 가수들 역시 눈물을 글썽였다. 


그러나 신종코로나 팬데믹으로 ‘트롯신이 떴다’는 방향을 바꿨다. 국내 시청자들에게 더 친숙한 트롯을 보여주겠다는 방향이었다. 그렇게 등장한 것이 악보이며, 레전드 가수들이 직접 자신의 노래를 잘 부르는 비법을 공개했다. 


이것이 관점의 변화였다. 그동안 트롯을 다룬 수많은 예능은 ‘트롯가수의 꿈을 키우는 사람’을 위한 교육이 많았다. 심사를 받고 못 부르면 지적받고 열정이 부족하면 비판받는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레전드 가수끼리도 서로 노래를 잘 부르는 팁을 배우면서 격려하고 응원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신종코로나로 새길 찾은 ‘트롯신이 떴다’


‘트롯신이 떴다’의 매력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요즘 가수들이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자리는 점점 줄고 있다. 시청률을 이유로 음악 순위 프로그램은 아이돌그룹으로 가득 찼다. 라이브로 노래부를 수 있는 방송 프로그램은 실종됐다. 다 시청률이 낮다는 이유에서였다. 


트롯 가수 무대는 ‘전국노래자랑’과 ‘가요무대’ 뿐이었다. ‘전국노래자랑’은 생생한 라이브 실력을 확인하는 자리가 아니다. 관객과 소통하는 무대로 인지도 높이기에 좋다.

 

반면 진짜 라이브를 위한 무대로는 한계가 있다. ‘가요무대’는 기획에 따라 지정된 노래를 불러야 한다. 이렇게 열악한 상황에서 이제 텔레비전만 틀면 너도나도 트롯을 부르는 방송이 나온다. 


트롯가수 지망생은 물론 아이돌그룹, 연기자, 발라드 가수와 일반인까지 트롯을 부른다. ‘미스터트롯’이 흥행했던 것은 방송마다 출연진의 실력이 수직상승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반면 일부 프로그램은 화제성 위주로 흐르고 있다.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과거 이야기, 용서, 노력, 다시 꿈을 찾는 과정을 트롯 라이브와 엮고 있다. 


‘트롯신이 떴다’도 얼마든지 이러한 형식을 취할 수 있다. 그러나 과감하게 제외했다. 편집도 늘어짐이 없다. 간결하다. 출연하는 가수 모두 동일하게 노래할 기회를 준다. 


요즘 아이돌그룹 노래를 직접 듣고 노래를 받아쓰기하거나, 과거 발표된 노래 가사를 현대적인 관점으로 재해석해 웃음을 선사한 콘텐츠는 ‘트롯신이 떴다’ 제작진의 예능감이 뛰어남을 증명했다. 


나오는 출연진마다 트롯을 부르고 눈물과 서사를 듣지 않아도 된다. 같이 문제를 맞히면서 또는 같이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시청자들은 트롯을 정확히 부르는 방법을 배운다. 


‘트롯신이 떴다’가 눈물과 서사를 버린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트롯 가수가 다른 장르의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오직 ‘트롯신이 떴다’에서만 볼 수 있다. 


‘트롯신이 떴다’가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말이 많았지만 지금은 잠잠하다. 지금 출연하는 레전드 가수들에게 묻고 싶다. ‘트롯신이 떴다’ 방송에 대한 만족도 조사를 하고 싶다. 


아마 전 출연진이 만점을 줄 것이다. 떠오르는 트롯신인을 발굴하고 레전드 가수가 병풍이 될 수 있는 방송이 아니었다. 남들이 다 가는 길을 가지 않은 ‘트롯신이 떴다’는 분명히 롱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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