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같이 홀쭉한 건물의 비밀

이게 다 세금 때문이야.

by 탱탱볼에세이

베트남에 와서 제일 놀랐던 게 건물과 건물 사이에 틈새 없이 다닥다닥 붙어있던 풍경이다. 작은 건물들이 오밀조밀 나란히 서있다. 보통 옆 건물이 없는 곳이 아니라면 옆모습 보기도 어렵다. 네덜란드와 매우 흡사한 모습이었다. 네덜란드는 옛날에 창문수, 건물의 가로폭, 계단수 등에 세금을 매겨서 세금을 덜 내려고 가로폭을 좁게 하고 안쪽으로 깊게 낸 집을 많이 지었다.

이런 입구 좁은 집을 “튜브하우스”라고 한다. 베트남어로는 “냐옹“. 베트남도 프랑스 식민 지배시절 당시 19세기 세법이 집 입구의 너비에 따라 세금을 부과했다고 한다. 집의 폭이 좁을수록 세금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보통 3-4m의 폭으로 일정하게 건물 앞면이 좁다. 세금을 적게 내려고 앞 뒤로만 긴 집을 짓게 된 것이다. 역시 네덜란드도 베트남도 세금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나 보다.


이 건물 형태가 현재는 실용적인 이유로 유지되고 있다. 예전에는 2층 높이로 집을 짓던 것이 시간이 흘러 건축기술이 발달하고 가족수가 늘어남에 따라 층수가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다행히 따뜻한 날씨 덕분에 난방을 따로 하지 않기 때문에 높게 증축을 해도 무리가 없다고 한다.


베트남은 대가족 중심문화로 다세대 가족이 함께 사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보통 한 층은 공용공간인 거실, 부엌을 두고 다른 층들은 가족 침실로 건축하는 구조다. 식구가 늘수록 층을 올리거나 옆건물까지 증축한다.

베트남 경제가 발달하고 인구도 증가함에 따라 관광객이 늘었다. 1층은 카페나 가게를 운영하고 위층은 거주하는 형태의 건물이 눈에 띈다. 다만 건물 옆은 다른 건물이 보통 벽처럼 막고 있어 통풍이 쉽지 않은 구조적 한계가 있다. 이를 극복하고자 앞쪽 창가에 최대한 많은 식물을 키운다. 고온다습한 기후특성상, 식물 잎을 통해 공기정화를 노리는 것이다. 울창한 식물이 낮시간의 뜨거운 햇빛을 가려주는 역할을 한다.

옆 건물이 주르륵 이어진 건물의 형태가 이 나라를 보여준다. 서로가 서로의 기둥이 되어주는 모습. 한층 높이 건물을 올려도 휘청거릴 위험이 적다. 옆 건물들과 찰싹 붙어있어서 더욱 우뚝 설 수 있다. 사실 이 좁은 건물들은 콘크리트로 지어져 혼자 있으면 퍽 갸냘프다. 앞모습이 바싹 홀쭉하고 옆모습은 창문 하나 없어 황량해보인다. 헌데 함께 붙어있으니까 거대한 하나의 건물처럼 보이면서도 가지각색 조화롭게 예쁘다. 건물부터가 절대 혼자가 아니라고 말해주는 듯하다. 옆에 누군가가 있어야 더 힘을 얻고 쉽게 바로설 수 있다고 말이다. 베트남은 건물마저 베트남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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