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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화 Jan 12. 2023

다 사라지기 전에

산청읍내 벽화들



작년 12월 내내 한파가 들이닥쳐 경호강이 꽁꽁 얼어붙었다. 강 수면을 덮은 불투명유리가 점점 두꺼워지고 산책 나온 이들은 자라목을 해서는 강변을 걸어다녔다. 강추위 속에서 새해가 밝았다. 마법에 걸린 듯 겨울왕국에서 풀려날 기미가 안 보이다가 요 며칠 기온이 올라갔다. 경호강 가장자리 얼음이 녹고 한낮 햇살에 희망 같은 반짝임이 보였다.





이른 점심을 먹고 산청읍내를 산책했다. 여전히 기온은 영상과 영하를 넘나드는데도 햇살 짙은 한낮은 봄날인 듯 따스하다. 간절히 봄을 기다려서일까. 어디선가 복수초와 매화꽃이 피었다고 들려올 것만 같다. 가진 것이 적은 사람들에게 겨울은 불안한 계절이다.  





산청읍 골목 담벼락에 벽화가 그려져 있다. 언제, 누가 그렸는지 모르지만, 그림마다 눈길을 끈다. 한방약초의 고장이라 허준이 많이 보인다. 옛날 옛적 산촌풍경과 지금은 볼 수 없는 그때 그 시절 생활상을 정겹게도 그려놨다. 벽화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벽화를 보고 있노라니 타임머신을 타고 7,80년대로 돌아온 듯하다.

그 시대를 살아온 내 눈에는정겨운 그림인데 요즘 세대들에게는 어떻게 보일지.  





산청 군데군데 낡은 건물이 헐리고 새 건물이 하나씩 둘씩 들어서는 중이다. 건물이 헐리면서 벽화들도 사라진다. 낙후된 마을이 산뜻하게 재정비되는 건 좋은데 추억 깃든 것들이 사라지는 건 아쉽다. 둘 다 취하고 싶은 건 욕심이겠지. 모두 사라지기 전에 카메라로 담아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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