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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이블 Mar 30. 2022

프롤로그

  어릴 때 존경하는 인물이 누구냐는 질문을 참 많이 받았다. 그러면 나는 항상 책장 가득 줄 서 있는 위인전 중에서 한 권을 고르고 무언지 모를 큰 맘을 먹으며 ‘나도 이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라고 당당하게 대답했다. 지금은 ‘롤모델', ‘멘토'와 같은 말로 바뀌긴 했지만 역시나 가끔 비슷한 질문을 받는다. 인생의 롤모델은 누구인지, 당신의 인생 멘토는 누구인지. 그럴 때마다 나는 나보다 윗세대를 살았거나 이미 훌륭한 과업을 이룬,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그런 분들을 떠올린다. 평생토록 백성의 삶을 연구한 실학자 다산 정약용이나 평생을 부와 가난을 가리지 않고 사랑과 봉사를 실천한 마더 테레사처럼 내가 평소 범접할 수조차 없는 그야말로 위대한 분들이 그 예이다. 그래도 내 주변에서 찾아보니 기본적으로 나보다는 인생을 많이 살았거나 그 과정에서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존경할 만한 어른들에게 관심이 갔다. 그분들의 진한 경험과 그로부터 배어 나오는 삶의 지혜들을 어찌 그냥 흘려보낼 수 있으랴.

  일반적으로 회사에 가면 신입사원들은 업무 효율을 신속히 높이기 위해 연수라는 과정을 밟는다. 대부분 선배 사원들로부터 일을 배우고 그 선배만의 노하우를 전수받거나 성공한 선배 혹은 유명 인사들의 강연을 들으며 어떤 영감을 얻기도 한다. 또한 학교에서도 선배와 후배가 서로 멘토와 멘티로 짝을 지어 학습에 대한 코칭이나 생활 전반에 대한 조언 등을 주고받는 프로그램을 시행하기도 한다. 어느 컴퓨터 회사는 모 지역에 있는 컴퓨터 고등학교 학생들과 1:1 멘토링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그 학생들에게는 자신들의 미래 직장일 수 있는 곳에서 이미 업무 경험을 한 선배들에게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 모든 활동들은 방향의 공통점이 있다. 나이가 어린 사람들이 나이가 많은 사람들에게서 배운다는 것, 아직 비전문가인 이들이 이미 전문가가 된 사람들에게서 배운다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몇몇 회사에서 직위가 높거나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오히려 젊은 아랫사람들한테 배우는 프로그램을 시행한다고 한다. 요즘처럼 제도나 기술이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선 확실히 나이 든 사람보다 젊은이들이 잘 적응하고 관련 지식을 더 많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나이가 많거나 직위가 높아서 인생 경험이 많은 것이 아랫사람을 가르칠 수 있는 요건이라고 할 수 없게 되었다. 

  이것은 꼭 업무적인 면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최근에 나는 나보다 어린 사람들로부터 인생의 많은 영감과 동기부여를 받고 있다. 꼭 어떤 성공을 이루었다기보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서 기꺼이 고된 순간을 마다하지 않고 열심인 청년들이 내 주변에 아름다운 꽃처럼 심어져 있음을 발견하고 그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들의 삶은 ‘나'에서 시작하여 ‘세상'에 도달하기까지의 수많은 도전의 역사였으며 그 과정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에 대한 진심 어린 감사함을 자신의 일로서 열정적으로 보답하니 결국 사람들은 그들에게 열광하게 되었다. 여기 그런 청년들과의 소중한 만남과 이야기를 기록하고자 한다. 중년이 된 나는 이 청년들을 통해 다시 일과 인생과 세상을 대하는 자세를 배웠고 내 인생의 한 지점에서 인생 멘토로 삼기에 충분하였노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아직 어린 나의 자녀들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어린 친구들이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생을 차근차근 풀어나갈 실마리를 찾기 바라는 마음도 없지 않다. 이제 그야말로 멘토 역전 시대가 되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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