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보도블럭
쿵!
콕!
꽈당!
무릎이며
턱이며
온몸이
땅바닥에 그대로.
재빠르지 못한
속수무책의
손바닥과
엄지발톱만한
돌부리에게의
원망.
새해 첫날,
새로운 결심의 발걸음은
짓밟혔으나
퍼뜩,
'액땜'이란 단어가
위로가 되고
벌써 올해,
지낸 날과 남은 날이 같아졌도다.
깨져도
까져도
튕겨도
모지란 손바닥
쓰윽쓱 문지르고
주저앉지 않길 잘했지.
다시 일어나 걷길 잘했지.
이만큼 오려고
나선 길
남은 날도
성큼성큼 걷겠네.
새해 첫 날,
결심한 바가 있어 나선 새벽 길. 순식간에 보도블럭 깨진 틈 사이로 발이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넘어질 나이가 따로 있나. 순간 아찔한 통증에 결심이고 뭐고 나의 온몸은 모든 기억을 상실한 채, 무엇에게인지 모를 '원망'을 뿜어내려고 하였다. 평소에 나는 이런 순간에 자동반사적으로 '내가 무얼 잘못했을까. 무엇에 대한 벌을 받는 걸까.'라고 생각하는 몹쓸 습관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나이에 넘어진 나의 실수를 역시나 탓하며 조심하라는 신의 뜻이라 잠시 숙연해졌었다. 가려던 길을 포기하고 다시 귀가하려 했지만, 갑자기 오기가 났다. 이제 몇 걸음 나섰건만, 갈 길은 멀었고 결심은 강했건만, 죄없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허공에 원망을 풀고 있는 내가 어찌나 기가 막히던지... 인생은 어느 때고 넘어질 수 있는거지. 넘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도 아니다. 땅바닥을 탓하고 나를 탓하고 그 순간을 탓하는 내가 부끄러워졌다. 6개월이나 지난 일이건만 그날의 통증이 지금도 아찔하다. 오래 지난 통증도 회귀할 때가 있는지 오늘 밤, 턱과 무릎이 땡땡하게 아파온다. 손바닥으로 쓱쓱 문지르다가 그 날, 그래도 가던 길 가길 잘했다고 셀프토닥토닥. 그런 날들 몇 번 더 왔고 또 올 것이지만 나의 길이라고...이 마음을 시로 남겨본다.
- 통증 회귀의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