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성암, 분명히 산책코스라고 했다. 내가 내려올 시간에 맞춰 오시겠다는 택시기사님도 3-40분이면 다 볼 수 있다고 하셨다.
여행에선 항상 오버하는 나는 또 2시간 꼬박 등산을 해버렸다.
두 갈래로 갈라진 길에선 대세를 따르지 않는 선택을 한다. 이건 여행지에서 항상 성공하는 필승 비법이다.
분명 해우소 가는 길이라고 쓰여있는데 과거에는 패러글라이딩을 했다는 웅장한 활공장이 나온다. 선글라스 너머서도 광채가 쏟아진다.
북적북적한 관광 스팟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아무도 없는 것이 난 왜 이리 좋을까?
거리에서 인적 하나 없는 길을 나 홀로 걷을 때 가장 행복했다.
이번에도 택시기사님을 잘 만났다. 적당한 친절과 적당한 수다
사성암에 올라가며 멍멍한 귀를 붙잡고 나누는 이야기들은 설렘을 고조시키기 충분했다.
구례에 처음 왔을 때 우연히 만난 기사님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쌍산재에 가기 위해 탔는데 기사님도 오랜만에 가서 사장님께 인사드리고 싶다며 나와 같이 내리셨다.
불편하지 않게 나 혼자 돌아다닐 수 있게 해 주셨는데 어차피 안에는 나뿐이어서 의미가 없었다.
그냥 갔으면 절대 몰랐을 히든 스팟을 알려주셨다. 저 문을 열고 나가면 비밀의 화원도 울고 갈 호숫가가 나오는데.. 도무지 감탄사를 숨길 수가 없는 곳이다.
그렇게 기사님을 따라다니다가 고택을 관리하는 사장님의 사무실까지 들어가서 차를 얻어마시고 이야기를 듣는다. 200년 된 고택을 혼자서 관리하는 사장님의 표정에는 조금의 고단함과 자부심이 묻어있었다. 1년 뒤에 윤스테이에 주방을 개조해서 나왔을 때 어찌나 놀랐던지.. 윤스테이를 즐겨보며 사장님이 어떤 말들에 설득당했을지를 상상해 보았다.
관람객 중 유일하게 사장님의 사무실에서 에어컨을 쐬며 쉬어가는 특혜를 누리기만 했는데 기사님이 아가씨 덕분에 나도 오랜만에 사장님이랑 인사했다며 왕복 택시비를 안 받으시겠단다. 네???
한사코 돈을 내겠다고 거부하자 진짜 찔끔 받으셨다.
알고 보니 기사님은 문화해설사 자격도 있으셔서 구례 구석구석을 알려주셨다. 구례에는 로타리가 딱 하나 있다는 깨알 정보를 내릴 때까지도 주시며 그 하나뿐인 로타리에 내려주셨다.
훗날 6번째 구례에 갔을 때 책방에서 배운 '나를 채우는 여행 방법'이다.
구례에 사는 사람들과 이야기하게 된 것은 그때부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