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에 도착해 보니 혼자 온 여행객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꿈이었다던 인자한 호스트님이 있었다. 혼자 온 여행자를 항상 기다렸는데, 매번 잘못 누른 커플 여행객이었고 에어비앤비를 운영한 이레 처음으로 만난 혼자 여행객이라고 한다.
숙소에서 바라본 풍경. 초록으로 눈이 환해지는 진귀한 경험
호스트님은 내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을 수 있으니 혹시 불편할까 굉장히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셨다. 나는 구례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고,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했기에 친절한 호스트님과 이야기 나누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날 나는 혼자 오롯이 보낼 수 있게 해 주신 배려가 무색하게 자발적으로 호스트님과 새벽 3시까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다음날엔 구례 피아골에 사는 이웃들과의 닭발과 감자전 파티에 초대받았다.
서울처녀를 위해 따주신 구례의 각종 열매들
혼자 여행 왔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엄청난 환대를 받아도 되는 건가? 진지하게 생각했다.
피아골의 이웃 중에는 예약하며 봤던 주변의 다른 에어비앤비의 호스트님도 계셔서 궁금했던 다른 숙소 구경까지 할 수 있었다. 코로나 시절이라 신혼여행을 구례로 온 부부가 묵고 있어 일부러 숙소 쪽으로 눈길을 주지 않고 바깥만 구경했는데 너무나도 인상 좋은 부부는 숙소 안까지 구경할 수 있게 해 주셨다. 새신랑은 뚱땅뚱땅 기타를 연주하고 계셨다.
마당에 핀 유칼립투스가 땅에서 자라고 있는 게 너무 신기했던 도시 처녀는 전리품으로 유칼립투스 가지 하나도 얻어 가방에 쫄래쫄래 달고 왔다.
구례 닭발-감자전 파티에 이어 황송하게 대접 받은 디저트코스
혼자 여행 온 것을 잊을 만큼 왁자지껄한 모임을 가지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하늘을 보았는데 너무나도 동화 같은 하늘이었다.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을 보며 이런 것을 매일 보는 일상을 상상했다.
그러면서 호스트님께 털어놓았던 것 같다.
"이렇게 혼자 좋은 것 보고 잘 누리고 다닐 때마다 엄마에게 미안해요."
"그럴 땐 미안함보다 고마움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이렇게 혼자 여행하는 것을 이해해 주고 즐겁게 받아들이는 부모님과 남자친구가 있다는 것은 어찌나 고마운 일인지 잊고 있던 감사함을 마음 깊은 곳에서 끄집어낸다.
그날 이후'구례 명예시민' '구례의 딸' '구례인플루언서' 같은 별명들을 가진 사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