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둥이의 방학이 끝난다. 방학이 너무 짧다며 아쉬워하는 둥이를 위해 가까운 대천해수욕장을 찾았다. 간간이 보슬비가 내렸지만 휴일이라 사람들이 꽤 많았다.
바람도 시원하고, 비구름이 수시로 해를 숨겨주니 뜨겁지 않아서 좋았다. 선크림도 바르지 않고 남편과 둥이는 서둘러 바다로 뛰어들었다. 해수욕장 중심에 있는 다리 아래 돗자리를 깔고 물놀이하는 둥이와 남편을 지켜봤다.
우리 부부는 아이와 놀아주는 걸 힘들어한다. 기질과 취향이 큰아들과 너무 다른 늦둥이를 낳고, 지난 11년간 고군분투했다. 둥이는 몸으로 노는 걸 즐기고, 가만히 음악을 듣기보다는 노래를 따라 부르고, 악기 연주하는 걸 좋아한다.
며칠 전에 둥이는 방학이 끝나는 게 아쉽긴 하지만 개학이 기다려지는 이유도 하나 있다고 했다. 친구들보다 담임선생님을 빨리 만나고 싶단다.
“왜 친구들보다 선생님이 더 보고 싶어?”
“점심시간마다 선생님이랑 노는 게 엄청 재밌거든.”
“정말?”
“선생님은 축구든 철봉이든 우리가 하는 거 다 같이 해.”
놀아주는 것과 함께 노는 것의 차이를 아이는 알고 있었다. 둥이는 분명 선생님이 우리와 함께 논다고 말했다. 우리 부부는 항상 놀아 주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이가 더 놀자고 해도 ‘힘들어’를 입에 달고 살았는데.
한 시간 정도 수영을 즐기더니 둥이가 바나나보트를 타고 싶다고 했다. 수영을 못하는 나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익스트림 액티비티다. 다행히 오늘은 제대로 둥이와 함께 놀겠다고 다짐한 반백 살의 남편이 나섰다. 나는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인증샷만 찍어줬다.
대형 바나나를 타고 바다 멀리 사라졌다 돌아온 남편은 얼굴에 물따귀를 너무 맞아 정신이 없었고, 아빠 뒤에 앉았던 둥이는 완전 재밌다며 싱글벙글했다.
쉰 살에 처음 바나나보트를 탄 남편, 참 애썼다. 그 심정 이해한다. 나는 작년에 둥이 따라 짚라인을 처음 타 봤다. 둥이가 신나게 타고 내려가길래 ‘별 거 아니네.’하고 탔다가 도착 지점에서 제대로 착지를 못해서 후진, 계속 후진. 계곡 중간쯤에서 딱 멈췄을 때 온 몸에서 식은땀이 났다. 무섭기도 했지만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창피해서 땀이 더 났었는데.
새로운 도전을 할 때만큼은 아이와 제대로 놀았다는 생각이 든다. 부끄러운 기억도 이제 추억이 되었다. 일백 살이 될 때까지 우리는 또 어떤 도전을 하게 될까? 적어도 아이가 함께 놀자고 할 때까지는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겠다.
물놀이 후에는 항상 많이 먹는다. 우리는 조개구이 무한리필 식당에 들어갔다. 최소 세 판은 먹겠다고 도전 정신으로 들어갔는데, 한 판을 다 먹기도 전에 사이드 메뉴로 물회와 낙지탕탕이, 칼국수가 나왔다. 아이가 있다고 특별 서비스로 날치알 주먹밥도 주시더라.
실컷 먹고 나와서 둥이는 회오리 감자를 디저트로 먹었다. 물놀이로 다이어트가 좀 될까 싶었는데 망했다. 그래도 함께 놀면서 둥이가 즐거웠으니 오늘은 그것으로 만족해야지 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