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 하고 싶어졌다.

연애, 결혼 그리고 미래에 대한 생각 한 스푼

by 따홍 ttahong

‘결혼이 하고 싶어졌다.’


결혼을 하고 싶지 않았던 제가 결혼이 하고 싶어진 이 변화가 스스로 너무나 신기해서 남기는 글입니다. 이 생각의 변화는 분명히 저의 개인적인 성향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옳고 그름과는 무관합니다.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공유하고 싶어서 풀어놓아봅니다.


결혼은 절대 하지 않을 거라던 내가 결혼이 진짜로 하고 싶어졌다.


아주 어릴 때부터 어른들께서 ‘따홍이는 이다음에 커서 결혼할 거야? 누구랑 결혼할 거야?’라고 물어보시면 ‘저는 결혼 안 할 거예요. 엄마, 아빠랑 평생 살 거예요’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그런 삶이 가능할 줄 알았고 행복할 줄 알았다.


돌이켜보면, 20대 초반까지 누군가의 여자친구나 아내가 기꺼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먹는 것과 이를 말로 꺼내는 것을 어색해했던 것 같다. 왜 그렇게 이성이나 연애에 대해서 낯 뜨거운 감정을 느꼈을까? 보수적인 부모님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그래서 항상 딸로서의 나, 학생으로서의 나, 우정을 기반으로 한 친구로서의 나만 존재했던 것 같다.


정말로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마음은 견고했다. 아주 단호하게 결혼은 물론이고 아이도 낳지 않을 거라고 친구들에게 얘기하던 내 모습과 마음의 단단함이 생생하다. 내 얘기를 들은 몇몇 친구는 아마 마음이 바뀔 거라고 가볍게 얘기했고, 나는 그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그러다 25살이 되었을 때, 비로소 첫 연애를 시작했다. 그렇게 몇 번의 연애를 하면서 누군가의 여자친구가 되는 것이 부담스럽거나 어색하지 않게 느껴졌다. 타인인 남자를 사랑하는 어른 여자로서의 나를 서서히 받아들인 것 같다. 그러면서 결혼에 대해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됐다. 연애를 하기 전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희생하는 것, 배려하는 것이 손해 보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막상 연애를 해보니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희생은 나에겐 행복하고 기쁜 일이었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사랑하는 남자친구와 오래 함께하려면 결혼을 해야겠구나 그럼 결혼을 해야지 정도의 막연한 마음이었다.


20대 후반부터는 결혼이 진심으로 하고 싶어졌다. 특별히 어떤 사람이 계기가 되지는 않았다. 결혼을 바탕으로 한 끈끈한 관계가 나에게 필요하다고 느껴졌다. ‘필요’라는 말이 들어가니 돈과 같은 계산적인 이유로 결혼을 원하게 된 것처럼 들릴 것 같은데, 그것보다는 훨씬 정서적인 이유였다.


언젠가부터 핫플이라고 불리는 장소, 예쁘다고 소문난 카페를 가도 예전처럼 흥분되지 않았고, 맛있다는 음식을 먹어도 예전처럼 감흥이 크지 않았다. 새로운 전시나 영화를 보고 뜨거워지는 마음의 온도도 낮아졌다. 회사에서도 챙김을 받는 막내가 아니라, 관심을 줘야 하는 후배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축제 같았던 20대의 하루하루였다는 것을 축제가 저물어가니 깨닫게 되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나는 영원히 젊지 않을 것이고, 언젠가는 대화의 주인공이 되는 청년이 아닐 것이다. 질문을 받는 누군가를 옆에서 바라보는 존재가 될 것이다. 친구들과의 우정도 영원할지언정 한결같지는 않을 것이다. 많은 것들을 보고 듣고 느끼고 먹으며 성숙해질 순 있겠지만 새로운 일들은 덜 할 것이다. 이 정도로 시간이 흘렀을 때 혼자라면 무섭고 외로울 것 같았다. 40대 이후의 삶도 1분 1초, 하루, 한 달로 꽉 채워진, 내가 한 장 한 장 넘겨야 할 시간이라는 것을 몰랐던 것 같다. 무던한 40대, 50대, 60대가 되어서 옆을 돌아봤을 때, 내 인생의 부침을 함께해 준 우정보다 깊은 관계의 사람이 내 옆에 있다면 외롭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 문득 떨어진 이 생각이 결혼을 진심으로 하고 싶게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계산하지 않고 진심으로 내가 마음을 마음껏 표현해도 나를 떠나지 않을 사람, 나의 못난 점을 털어놓아도 보듬어줄 사람을 만나고 싶어졌다.


당돌한 대학생 때는 결혼을 정말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20대 후반부터는 진심으로 결혼이 하고 싶어졌다. 또한, 연애에 관심 없던 내가 연애를 꽤나 열심히 하는 20대를 보냈다. 20대 초반의 나는 스스로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친구들에게 조언을 해주는 역할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난 아무것도 알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고, 조언을 듣는 입장이 되었다. 스무 살엔 정말로 내가 다 큰 줄 알았는데 20대를 마무리할 무렵엔 이렇게 많은 생각의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하며, 30대에 다가올 예상치 못한 변화를 위해 떠오르는 생각을 결정짓기보다 그냥 열어놓게 되었다. 망망대해에서 아둥바둥하기 보다 어딘가로 흘러가는 나를 그냥 가만히 보고 있게 된 것 같다. 좋게 말하면 여유가 생긴 것일까? 앞으로 어떤 생각의 변화들이 생길지 기대하며, 변화들이 생긴다면 아주 조금이라도 지혜로운 방향으로 생기길 기도해 본다.




https://youtu.be/i-6aylUwHPo?si=MeHyiItlD8MjiSvq

keyword
작가의 이전글32살에 독립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