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

찔레꽃

by 유현식

2018년 추석 연휴에 우리 삼 형제는 모였습니다.

입담 좋은 두 동생은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냈니다.

명절 외에도 부모님 기일이면 모여 앉아 어릴적에 우리 형제들이 살아온 이야기 보따리를 풀기 바쁩니다. 더러는 그 얘기가 그 이야기인데, 올 추석에는 어릴적 맏형에게 얻어 맞은 이야기가 처음 등장했습니다.

나이 터울이 많이 나고,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조금 남아있는 둘째와는 달리 막내는 아예 기억이 없을 정도로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기 때문에 동생들은 형을 "형"이 아닌 "큰형"이라고 부른것은 많이 어려워서라고 합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대처로 나가 고등학교를 다니느라 방학때나 되어서야 홀어머니와 두 동생이 사는 시골집에 내려왔는데, 그동안 집안 살림 살이와 동생들의 생활상을 여기저기 주워 듣곤, 국민학교에 다니는 철부지 두 동생에게 훈계가 필요했던지 마당 입구의 찔레 나무에서 가시 도친 찔레 가지를 준비했던 기억이 났니다.

동생들 왈

"찔레 가지 열개를 잘라 부엌 한켠에서 가시 하나하나를 떼어내 대야 물속에 담가 놓은 그 시간이 왜 그리도 길고 무서웠는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답니다.

막상 사용한 회초리는 한 개 뿐이였는데..."

그때 일을 잊을리가 있겠습니까!

무엇을 잘못했는지는 기억엔 없지만 열개의 회초리를 만드는 동안 잘못한 일을 반성하라고 한 일인데, 두 동생이 지금까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의도했던데로 잘 됐나봅니다.

그렇게 어렵던 형을 앉쳐 놓고 40여년전 있었던 일들을 꺼리낌없이 훌훌 털어내는 것을보니 예전처럼 큰형이 어렵지 않나봅니다.

삼 형제가 한 번씩 커다란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고 보니,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 그랬겠지만 아무래도 이 행복은 유씨 가문에 들어온 세 분, 음식 준비하면서 우리 형제가 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빙그레 웃음 짓는 안주인들의 공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181006

애기찔레


작가의 이전글현장일지(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