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일지(3)

어기, 어가

by 유현식

아파트나 상업용 건물이면 한전에서 공급되는 전기가 차단되는 사고를 대비해서 보통 지하층 전기실 옆에 자가발전용 가솔린 엔진을 설치하여 비상시 전기를 생산·공급하게 된다. 오송 현장에서 진행할 작업도 비상 전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지만 발전용 가솔린 엔진이 아닌 전기 충전소를 설치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전기실에서 충전소까지 전기를 보내고 비상시 전기를 받기 위한 전선로 공사를 하기로 했다.

충전소로 보내는 전압 6600V, 비상시 받게 되는 전압 380V의 전선로 즉 케이블 공사는 철판을 U자 모양으로 넓게 접은 닥트와 철재 구조물인 트레이라는 사다리 모양 위에 케이블을 나란히 배열하는 케이블 포설(풀링) 공사를 하게 된다. 이번에 시행하는 케이블 포설(풀링) 작업은 다른 현장의 근무자를 동원한 16명이 10일 동안 작업할 예정이다. 대부분 안면이 있는 사람들로 이제 막 일을 배우는 초보자부터 30여 년 경력자까지 모였다.

저압 360V용 케이블의 길이는 750m, 고압 6600V용 케이블의 길이는 1550m에 각각 3가닥이 한 조로 굵기는 아기 팔뚝만 하고 무게도 만만치 않다. 총연장 6300m의 케이블을 사람의 힘으로 끌어당겨 배열하는 작업이다. 작업 구간이 약 1.5km의 거리로 첫날은 케이블을 넣기 위해 플라스틱 관을 땅속에 묻어 놓은 200m 구간의 관속에 케이블 넣는 작업이다. 나름대로 경험에서 나온 건설적인 의견이라고 한마디씩 하는데 케이블이 말귀를 알아 듣는 듯 머리를 흔들어 댄다. 어렵사리 의견을 정리하여 끌고 당기를 반복하며 들려오는

“어~기’, ‘어~가”

구령 소리가 현장 저 먼 곳까지 울려 퍼졌다.

“어~기’, ‘어~가”

구령 소리가 반복되면서 시작점의 서로 다른 의견은 온데간데없고 작업자들은 케이블에 매달려 오직 한 방향을 향해 힘도 생각도 혼연일체가 되어 불볕더위 속에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이다.

가끔 짧은 휴식 시간에 들려오는 넋두리

‘역대 최고급이여….’

‘역대 최고급이여….’

힘겹다고 한마디씩 한다.

외부 철 구조물과 소방·전기 시설물을 공동 관리하는 시멘트 터널의 지하 공동구 지나고 지상의 공장 상단부를 통과하여 최종 목적지 전기실에 들어서는 8일간의 긴 여정에는 개인의 능력과 체형에 따라 적재적소에 배치된 16명의 하나가 된 힘이 역대 최고급 풀링 작업을 안전하게 이루어낼 수 있었다.

연장자라고 헐렁한 일의 맡은 같은 조였던 고향이 당진인 조 부장에게

“8일간 당기는 실력을 쌓았으니 당진 줄다리기 축제에 참여할까요?” 하고 농을 건네니

“아이쿠! 그런말 당체 하지 마쇼.”한다.

아집이 보통사람 이상인 조 부장과 작업자들

‘그래 우린 결국 해냈어.’라고 나름대로 결과에 만족한 듯 모두 입매가 부드럽다.

-21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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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공동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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