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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수 Oct 26. 2022

그냥 수다 말고 지적 수다 모임

소통에 관한 세 번째 이야기

책을 좋아하게 되고, 생각들을 글로 정리하면서 이전에 느끼지 못했는 즐거움, 쾌감, 지적 만족감을 얻었다. 그런데 뭔가 부족했다. 혼자서 느끼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나의 느낌과 감정, 그리고 생각들을 사람들과 마구마구 나누고 수다를 떨고 싶어졌다. 정은길 아나운서가 운영하는 독서모임의 멤버로 참여하고, 직장에서 친한 동료들과 독서모임을 만들어 책 수다를 떨고, 남편과 올림픽공원을 산책하며 같이 읽었던 책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조금씩 조금씩 '지적 수다'가 주는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다.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다. 타인의 존재 없이, 내가 있을 수 없다. 우리는 그렇게 진화되어 왔다. 타인과의 끊임없는 교류는 우리를 인간답게 한다. '지적 수다 모임'은 내 삶에 활력을 준다.




( 외부 책모임에 참여하다 )


직장을 다니며 평이한 나날을 보내고 있던 5년여 전. 삶에 활력이 필요했다. 집과 회사. 내가 소속된 집단은 집과 회사가 유일했다. 매일 보는 사람들을 보고, 똑같은 사람들과 똑같은 대화를 한다. 삶에 활력을 주기 위해서, 새로운 환경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런데 과거의 내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자기 내면으로 침잠해 들어가 평온을 느꼈던 나. 이제는 아니다. 


회사 주변에 큰 규모의 독서모임을 위한 라운지가 있다. 규모가 너무 크다. 참여하고 싶어 여러 번 기웃거리다 포기한다. 그러다가 우연히 눈에 들어온 한 독서모임 모집글. 과감히 등록비를 내고 신청했다. 오디오 클럽 '정은길의 돈말글'을 운영하는 정은길 아나운서가 리더인 모임이다. '정은길의 돈말글'은 그 당시 내가 가장 좋아한 오디오 클럽이었다. 그렇게 이 모임과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아나운서님을 포함하여, 초기 멤버가 8명이었다. 책을 한 권 선정하고 멤버 각자가 책을 읽어와서 다음 모임에 만나 책 수다를 이어갔다. 저자를 초청해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도 있었다. 아나운서님이 우리의 대화를 잘 이끌어주셨다. 책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지 않았다.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한 번은 '이중 감정'이라는 주제를 이야기하면서 각자의 사례를 발표해보기로 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엄마를 향한 이중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얼마 전 직장 내 심리상담사에게 엄마와의 갈등을 조심스럽게 꺼낸 적이 있었는데, 병원에 가서 상담을 받아 보라는 얘기를 해서 상처를 받았었다. 누군가가 내 얘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족하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이 모임에서 엄마 이야기를 꺼냈고, 멤버들의 공감을 받으며 그동안 쌓여있던 감정을 훌훌 털어냈던 기억이 난다.  


이 모임의 멤버들과의 끈끈함은 지속되었다. 외부 모임 참여가 삶의 새로운 활기가 되었다.




( 지적 수다 모임 결성 )


직장에 친한 차장님과 저녁을 먹다가 책 이야기가 나왔다. 학창 시절 한때 문학소녀였다고 하는 차장님은 책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계셨다. 주변에 책 이야기를 하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시는 분들이 대부분인데 이분과는 책에 대한 이야기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차장님께 조심스럽게 책모임을 제안했다. 책을 좋아하시는 또 다른 차장님이 합류하며, 우리는 3명으로 '복스북스'라는 모임을 결성하였다. 작명이 죽인다. 이른바, 책을 매개로 한 지적 수다 모임. 


(초창기) 

모임 날짜 : 매월 두 번째 네 번째 금요일 점심시간

대상 도서 : (두 번째 금요일) 각자 읽은 책, (네 번째 금요일) 공동 책

참여방식 : 읽은 내용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기


(현재)

모임 일시 : 매월 세 번째 수요일 저녁 7시 30분

대상 도서 : 공동 책 1권과 각자 읽은 책 1권

참여방식 : 공동 책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 나누고 각자 읽은 책을 소개하기

필사 : 필사 책 정하고 같이 필사하기


우리의 지적 수다모임인 '복스북스'는 매번 우리의 입맛에 맞게 진화해 갔다. 처음 시작할 때는 한 사무 공간에서 다 같이 일하고 있었기에 한 달에 두 번은 충분히 모일 수 있었다. 한 명 두 명 인사시기에 부서이동을 하면서 사무실이 물리적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한 달 한번 저녁에 모이는 방식으로 바뀌어갔다. 한때 차세대 프로젝트 가동과 코로나가 겹치면서 여러 번 미뤄지기도 했지만 우리는 어떻게든 열심히 만나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책을 매개로 우리 내면에 쌓아두었던 많은 이야기들을 나눴다. 단순한 수다가 아니었다. 우리의 대화는 모든 것들이, 책을 통해 얻은 영감들과 감동들을 포함하여, 우리의 일상과 경험에 녹아들어 마음속 깊숙이에서 우러나오는 진실한 말들이었다. 


낮에 사무실에서 정신없이 일하고 기진맥진했더라도, 이들을 만나 대화를 시작하면 나의 눈망울은 초롱초롱해졌다.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같은 직장 동료들끼리 만나는 이 모임은 외부 모임과는 다른 특별함이 있다. 서로가 상대방이 낮에 얼마나 무미건조하게 시간을 보냈는지, 아니면 정신없이 하루를 보냈는지 목소리 톤만 들어도 짐작을 한다. 그리고 퇴근길에 사무실 직원들이 모두들 각자의 가정으로 돌아갈 때, 우리는 몰래 만나 우리들만의 지적 대화를 나누며 억눌러왔던 소통의 욕구를 아낌없이 발산했다. 




( 지적 수다 모임을 통한 책 수다는 나를 성장시킨다 )


외부 독서모임, 동료들과의 책모임을 통해 나의 내면이 점점 탄탄해갔다. 사실 외부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은 책은, 주로 리더가 선정해 준 책이었기에 내 관심 밖 도서인 경우도 있었다. 그래도 새로운 분야의 책을 읽으며 내 관심사가 넓어졌다. 동료들과의 책모임의 경우, 리더가 따로 없기 때문에 다 같이 상의해서 공동으로 읽을 책을 정했다. 그래서 해당 책들은 보다 진지하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그동안 독서모임을 통해 읽은 책들은 다음과 같다. 처음에 시작할 때는 내세울 게 별로 없었는데, 목록을 정리해 보니 꽤 의미 있는 활동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아래의 책들은 나의 내면을 성장시키고, 흔들리지 않은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밑거름이 되어 주었다. 


- 데미안 / 헤르만 헤세

-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 한나 아렌트

-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 천둥과 꿀벌 / 온다 리쿠

- 죽음 / 베르나르 베르베르

- 길 위의 인생 / 글로리아 스타이넘 

- 말하다 / 김영하

-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 하인리히 뵐

- 밤으로의 긴 여로 / 유진 글래드스톤 오닐

- 농담 / 밀란 쿤데라

- 연인 / 마르그리트 뒤라스

- 호밀밭의 파수꾼 / 샐린저

-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 프랑수아즈 사강

- 달과 6펜스 / 윌리엄 서머셋 몸

- 융의 영혼의 지도 / 머리 스타인

- 스토너 / 존 윌리엄스


한권 두권.. 읽은 책이 쌓여가면서 우리는 조금씩 성장했다. 비록 중년의 나이지만, 성장은 죽을 때까지 하는 것이기에 이런 성장은 언제나 나를 설레게 했다.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에 대해, 우리는 좋은 책과 고전을 읽으며 함께 생각하고 공유했다. 그리고 이 모임 시간만큼은 우리는 언제나 청춘의 절정을 누리는 앳땐 소녀가 된다. 얼마나 좋은지... ㅋㅋ


우리는 각자 진지하게 읽어보고 싶은 책이 생기면 모임 책으로 선정했다. 혼자서 책을 사서 읽어도 되지만, 같이 읽고,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대한 가치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함께 이야기 나눔으로써 그 책은 오롯이 나의 책이 되고, 나를 성장시킨다. 




( 모임에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 )


직접 모임을 만드는 건 부담이 클 수 있다. 그럴 땐 기존의 모임을 잘 찾아서 참여해보자. 관심을 갖고 찾아보면 함께 할 수 있는 많은 모임들을 발견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모임도 많아졌기 때문에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모임이 부담된다면 온라인 모임도 고려해 볼 만한다. 


내가 활용하는 모임을 소개한다. 


1. 숭례문 학당  (https://shdang.kr/)

  : 2015년경 우연히 읽게 된 책 속에서 소개되어 처음 알게 되었다. 읽기, 쓰기, 토론, 스피치와 관련된 다양한 사업을 하는 공동체로, 관련된 수많은 강좌를 진행한다. 점점 인지도가 높아지고 참여가 늘면서 지금은 영화, 문화, 어린이, 건강에 관한 주제까지 아우르고 있으니, 여기서만 놀아도 하루가 벅차다. 나의 경우는 동시에 4개의 강좌를 들은 적도 있는데 그때는 정말 매일매일이 너무 바빴다.ㅋㅋㅋ 참여하고 싶은 강좌는 수두룩 하지만, 시간이 한정적이니 워워~~ 자제해야 하는 단점이 있는 사이트다.


2. 문화센터, 도서관, 공연시설 및 개인 교습소 활용

  : 홈플러스 수채화 수업을 1여 년 넘게 들은 적이 있다. 백화점 등에서 운영하고 있는 문화센터는 수업도 다양하고 가격도 합리적이며 참여하는 인원도 많아서 취미생활을 하면서 사람들과 소통하고자 할 때 활용하면 좋다. 도서관에도 책과 글쓰기에 대한 다양한 강좌를 운영하고 있으니, 자주 가는 도서관이 있다면 관심을 가져본다. 예술의 전당이나 소마미술관, 세중문화회관 등에서 진행하는 강좌도 눈여겨볼 만하다. 요즘은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화실을 다니고 있는데, 주변에 성인 취미를 가르쳐 주는 교습소도 꽤 많다. 


3. 온라인 교육 플랫폼 

   : 플랫폼이 대세이다 보니, 교육에도 많은 플랫폼 사업들이 생겨났다. 그중 나는 클래스 101을 애용하는 편이다. 가격이 저렴하진 않고 온라인이라는 제약이 있지만, 수업의 질이 좋다. 인지도 상당한 강사들의 수업도 많으니 잘 선택하면 자기 계발이나 취미생활에 유용할 것이다. 처음에 어반드로잉 수업을 신청했는데 무척 유익했다. 그 이후로도 야금야금 신청하는 수업들이 늘고 있다.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야 하는 데 큰일이다. 하지만 재미있는 걸 어떠해.. 와인 클래스는 남편과 함께 듣는다. 이모티콘 만들기 수업도 신청했다. 나만의 이모티콘 만들어 발행하는 게 현재 나의 사이트 프로젝트 중 하나가 되었다. 그 외에도 글쓰기에 관한 수업도 듣고 있다. 글쓰기는 평생 숙제이자 놀이이다. 


4. 신문사에서 제공하는 교육들

  : 대표적으로 한겨레교육은 언론, 작가/창작, 글쓰기/말하기/번역, 출판, 디자인/드로잉/일러스트, 직무/자기 계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강좌를 제공하고 있다. 요즘 눈독 들이고 있는 사이트이다. 


5. 그 외 검색

  : ‘글쓰기 강좌’로 초록 검색창에서 검색만 해봐도 무수히 많은 사이트와 강좌들이 검색된다. 개인의 관심도와 전반적인 신뢰도 및 인지도에 따라 관심을 가져 보면 도움이 된다. 정은길 아나운서가 운영하는 ‘첫눈 스피치’라는 독서모임에 가입하게 된 것도 초록 검색창을 통해서였다. 


생각만 하지 말고 행동하자.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서로 좋은 영향력을 주고받으며 소통하고 잘 살아가는 것, 지적 수다 모임을 통해서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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