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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톡톡부부 Jul 06. 2020

70. 메모리즈 (여행을 기억하는 방법)

케이프  타운, 남아프리카 공화국

여행이 끝나면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남들처럼 평범한 삶을 뒤로하고 우리만의 기억 그리고 소중한 추억을 쌓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 여행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가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과연 남는  있을까? 사소하지만 인생에 있어 중요한 고민을 남몰래하고 있었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세계 곳곳의 아름다운 여행지를 여행하고, 아프리카 여행의 마지막 나라인 남아프리카 공화국(이하 남아공)을 여행할 때 들었던 생각이다.


호주 아웃백의 사막 한가운데 뻥 뚫린 도로의 끝이 보이질 않듯 우리의 여행도 끝이 보이질 않았다. 여행을 시작할 때도 그렇고, 여행을 하면서도 단 한 번도 미래에 대한 걱정이나 고민을 하지 않았다. 끝이 보이기 전까지는. 길고 길었던 톡톡부부 세계여행의 끝이 보이기 시작한 건 남아공 여행할 때였다. 귀국 전까지 한 달 정도 남았는데 우리가 여행을 하면서 얻은 건 무엇이며, 남는 건 무엇일까 생각을 많이 했다. 하지만 여행을 할 때와 마찬가지로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겪어보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할 필요는 없었으니.


여행을 기억하는 다양한 방법 중 우리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건,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여행을 하면서 들었던 한 곡의 노래는 그곳을 기억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다. 나는 지금도 여행 당시 들었던 노래 한 곡을 듣고 있으면 그때 느꼈던 작은 감정 하나까지 되살아난다.


2개월의 아프리카 종단 여행의 마지막 도시인 남아공 케이프타운은 생각보다 더 좋은 환경이었다. 치안이 조금 좋지 않을 뿐 사람이 살기에는 적합한 도시였다. 대장정의 마지막 도시라 괜스레 기분이 싱숭생숭했다.


남아공 케이프타운을 떠나기 하루 전, 선셋 포인트로 유명한 시그널힐로 향했다. 선셋 시간에 맞춰서 가서 아프리카 여행의 마지막 일몰을 보고, 케이프타운의 야경까지 감상한 뒤 숙소로 돌아가려고 우버를 불렀다. 언덕 꼭대기라 꽤 오랜 시간 동안 우버를 기다렸지만, 차를 타고 라이언스 헤드를 지나 언덕을 내려가는 중 라디오에서는 감미로운 목소리와 익숙한 듯 신선한 멜로디의 잔잔한 노래가 흘러나왔다. 재빨리 핸드폰을 꺼내 노래를 검색해봤다. 한없이 원을 그리며 검색을 하다가 부르릉 진동과 동시에 노래 제목과 가수 이름을 알려주었다. 바로 예전부터 좋아하던 Maroon 5 <Memories>. ‘19년도 9월에 발매한 곡이니 2개월밖에 안된 최신 곡이었다.


Maroon 5 특유의 매력적인 보컬 속에, 차분하지만 적당히 긴장감이 있는 멜로디. 지금 이 순간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리는 선곡이었다. 키보드, 일렉, 베이스 반주가 케이프타운을 환하게 비추는 작은 가로등 불빛들 사이로 스며들었다. 차분하지만 또렷한 그의 목소리와 이토록 아름다운 야경 속에 이곳을 기억하고 추억하기에 이보다  좋은 노래가 있을까.

사실 <Memories>는 지나간 옛 연인을 그리워하면서 쓴 가사가 아닌, 2007년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한 팀 매니저를 추모하는 노래이다. 그 마음이 전해진 걸까. 케이프타운을 내려오는 내내 마음이 울컥했다. 다시 이곳에 오지 못할 것 같다는 예감과 함께 고요함 속에 흐르는 전율이 가득 전해졌다. 우리는 마지막 가사인 ‘Memories bring back you’가 나올 때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높디높은 언덕을 내려왔다.


그래도 둘만의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겼잖아

한국에 와서 현실에 마주했을 때 친한 지인이 해준 말이 떠올랐다. 3년을 여행하면서 느꼈던 감정까지 남들은 가지지 못한 우리만의 추억 이자 우리만의 기억이다. 여행지에서 들었던 수많은 노래가 현실 속에서 우연히  노래를 맞이했을 , 다시 여행을 하던 그때로 우리를 데려다주었다. 우리의 여행을 아무도 공감하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우리 둘만은 ‘그땐 그랬지’라고 하면서 아름다웠던 긴 시간을 회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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