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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톡톡부부 Apr 07. 2020

세계여행 2년 3개월 만에 온 '여행 권태기'

그리고 고마운 사람

여행 중 권태기가 왔다는 말을 믿는가?
다양한 이유로 사람들은 각자의 여행을 계획하고 떠난다. 새로운 무언가를 도전하기 위해, 지친 일상을 벗어나기 위해, 아니면 휴식을 갖기 위해, 혹은 본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여러 가지 이유로 사람들은 여행을 떠난다.

나 역시 많은 이유로 3년 2개월이라는 긴 여행을 떠나게 되었는데, 기간에 관계없이 여행에는 '권태기'라는 것이 존재한다. 연인 사이에만 있을 것만 같은 단어가 여행 중에서도 생긴다는 것을 쿠바에서 느끼게 되었다.

10개월의 아시아 유럽 여행 후, 호주 워홀 1년. 호주 생활을 정리하고 떠난 북미 여행. 우리는 자연스럽게 중미로 향했고, 2019년 새해 첫날, 여행지들의 로망 중 하나인 쿠바에 도착했다. 인도 이후 오랜만에 열악한 환경의 여행이라 다소 당황했지만 우리는 남은 일정이 있기에 멈출 수는 없었다.

하지만 실상은 모든 것이 무기력하고 재미없고 음식도 맛이 없다. 이 멋진 여행이 지겨워지고 있었던 것이다. 멋지고 아름다운 곳을 가도 코딱지만큼도 감흥이 없었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소중한 내 시간을 어리석게 보낸 것 같아서 후회스럽지만, 쿠바 여행을 했기에 1년을 더 여행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장기 여행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을 권태기를 나는 쿠바에서 느꼈고, 쿠바에서 극복했다. 일주일 가량 사진도  찍지 않으며 무기력한 여행을 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60 노부부를 만났다. 은퇴  한국에서 자영업을 하시는 그분들은 12~2월이 비수기여서 매년 세계 곳곳 여행을 다니신다고 하셨다. 심지어 우리가 못 가본 나라들도 이미 다녀오셨다.

가장 충격받았던 사건은 아침 일찍 버스표를 예매하러 나왔는데 어르신을 마주쳤다. 인사를 드리고 이른 아침부터 어디를 다녀오시냐고 여쭤보니 이미 동네 한 바퀴 둘러보시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이라고 말씀하셨다.  모습을 보니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 여행을 하고 있는 내가,  게으르고 한심해 보였다.

사는 게 바빠 우리 나이 때에는 열심히 일을 하시며 여행   가본 적 없다고 말씀하시던 어르신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여행을 하니, 하나라도  보고 하나라도  느끼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같은 24시간을 나와는 달리 부지런하게 사용하시는 그분들. 내가 한없이 작고 부끄럽게 느껴져 권태기라는 말도 사치였다.

아마 그분들을 만나지 않았다면 쿠바 이후의  여행도, 아니 3 넘게 돌아다녔던 우리 여행도,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았을 수도 있다. 남들에게 주어지지 않은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면 안 될 것만 같았다. 그분들을 만난 이후로 한걸음  성숙하고 발전된 여행을   있었다. 감사합니다 어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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