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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탱볼에세이 Jan 25. 2024

브런치를 먹으며 든 생각

화려한 접시탑

 강남에서 친구를 만났다. 약속했던 브런치를 먹기 위해서. 식탁에 따뜻한 차와 달달한 디저트로 가득 찼다.


 화려한 접시탑에 나도 모르게 카메라를 들어 사진을 찍게 되더라. 처음이었다. 이렇게 층층이 쌓인 디저트를 먹은 적은.


 오랜만에 서로의 근황을 줄줄이 소시지처럼 풀어내며 열심히 먹었다. 먹을수록 점점 배가 불렀다. 압도적인 디저트의 양에 아무리 먹어도 음식은 쉽게 줄지 않았지만.


 나름 달달한 디저트를 좋아하는 편이다. 브런치로 혈당 스파이크를 제대로 때렸던 탓일까. 좋아하는 단맛마저 물리더라.


 단맛이 이젠 지독하다고 느껴질 때쯤 생긴 궁금증. 브런치는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을까. 19세기 영국 귀족이 이른 아침에 스포츠를 한 뒤, 푸짐하게 차린 상을 느긋하게 식사를 즐기는 데서 유래됐단다.


 부지런하게 사냥하고 먹는 달콤한 열매였던 것. 스타트업에서 만난 동료라 그동안 각자의 자리에서 얼마나 최선을 다했는지 잘 안다. 세 시간 동안 식사할 시간과 자리를 내어준 친구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친구 덕분에 오늘도 배웠다.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브런치로 평범한 시간이 충분히 다채로워질 수 있음을. 사실 중요한 것은 브런치가 아니라 브런치를 먹을 여유임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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