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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탱볼에세이 Jan 21. 2024

안 망한 맛집의 비결

망한 상권에서 보물 같은 곳

초등학교 친구들을 오랜만에 안양에서 만났다. 최근 몇 년간 안양일번가 상권이 예전 같지 않고, 많이 죽었다는 얘기를 수도 없이 들었다. 더 이상 안양에 살지 않아서, 그 얘기가 사실인지 궁금했다.


실제로 망한 식당이 많았다. 추억 속 맛집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예전에 자주 갔던 맛집과 카페 중 일부 살아남은 곳이 있었다. 우린 여전히 그 자리에서 장사 중인 곳들로 향했다.


옛날처럼 손님들로 붐볐고, 오히려 자리가 모자랐다. 심지어 체인점이 생겼고, 확장이전했더라. 친구가 최근에 방문했을 땐, 웨이팅을 한 적도 있단다.


오랜 맛집이 아직도 인기 있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들었다. 맛집의 본질에 충실했다. 음식점은 댕리단길 골목에서 태국음식이 맛있는 식당이었고, 카페는 안양일번가 골목에서 커피가 맛있는 카페였다.


일단 보장된 맛 덕분에 한번 가고 마는 게 아니라, 두 번 세 번 습관처럼 찾아가는 발걸음이 이어지는 것이다. 단골이 주변 사람들과 함께 재방문하고, 입소문을 타고 새로운 단골이 만들어지는 선순환이 탄탄했다. 조금 시간만 지나면 바뀌는 곳들이 많으니, 그냥 평소에 가던 곳 내가 이미 아는 맛있는 곳만 계속 가게 되는 습관도 뒷받침했다.


친구들은 방문한 카페의 쿠폰을 서로 꺼내보였다. 이 카페 쿠폰을 항상 들고 다니다니. 한 친구는 도장 5개를, 한 친구는 도장 10개를 채웠더라. 찐 단골의 뿌듯한 훈장이었다.


친구들의 커피 도장을 보면서 앞으로도 이 맛집은 망하지 않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화려한 인테리어보다 중요한 것은 역시 맛임을 깨달았다. 결국 가장 단순한 기본을 제대로 지키는 것이 오래가는 길임을 안 망한 맛집에서 배운다. 꾸준히 그 자리에서 빛나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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