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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탱볼에세이 Jan 20. 2024

기다린 보람의 맛, 양꼬치

40분의 웨이팅마저 잊게 만들다

오랜만에 친구들이랑 당산역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평점 좋고 리뷰 좋은 곳들을 추린 끝에 결정된 오늘의 맛집은 양꼬치집. 퇴근하고 저녁 7시에 식당에서 만났는데, 입구부터 기다리는 손님으로 가득했다.


다들 저녁 먹는 시간이라 그런지, 쉽게 줄이 줄지 않았다. 기다리는 시간이 30분 넘어가니, 다른 식당 가야 하나 마음이 살짝 흔들렸다. 이미 30분이나 기다렸는데 여기서 물러설 순 없는 법.


웨이팅 한 지 40분이 좀 넘었을까. 드디어 우리 자리가 생겼다. 더 일찍 와서 기다릴 걸이라는 아쉬움에 앉자마자 빠르게 메뉴를 주문했다. 꿔바로우. 양꼬치. 지삼선. 옥수수면.


애타는 우리 마음을 아셨는지. 직원분들도 빠르게 식사를 가져다주셨다. 허겁지겁 한 입 먹자마자, 다 같이 한 입 모아 내뱉은 첫마디.


기다린 보람이 있다.

맛집을 인정하는 최고의 찬사가 아닐까. 뭐부터 먼저 먹을까란 행복한 고민으로 젓가락을 바삐 움직였다. 배가 불러가면서도 눈앞에 놓인 음식을 깔끔히 비웠다.


계산하고 나오면서 시계를 보니 시간은 밤 아홉 시. 밥 때가 한참 지났음에도 웨이팅은 계속되고 있더라. 사실 이렇게 기다려서까지 먹어야 하나 싶을 순 있다.


이 식당을 고른 친구는 요즘 중국음식에 빠졌단다. 오늘 먹은 모든 메뉴가 맛있다며 굉장히 행복해했다. 먹는 것에 이렇게나 진심이라니. 그동안 몰랐던 친구의 모습을 발견한 보물 같은 시간이다.


내가 먹고 싶었던 음식을 끝내 맛보고서 느끼는 진한 기쁨. 한 끼의 식사로 행복을 살 수 있다면 충분한 투자가 아닐는지. 기나긴 기다림은 힘들었지만, 기다린 보람의 맛을 깨우친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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