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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탱볼에세이 May 27. 2024

[치앙마이 78일 차] 빙수 트럭

아날로그가 주는 힘

거리에 학생들이 몰려있길래 궁금했다. 빙수를 만드는 트럭이 있더라. 다들 1인 1 빙수를 포장했다. 나도 따라서 빙수를 주문했다.


젤리나 식빵조각을 취향껏 4가지를 고르면 된다. 앞사람이 고르는 젤리를 참고해서 선택했다. 바닥에 젤리 토핑이 깔렸으면 간 얼음으로 덮는다.


얼음은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기계를 열심히 돌려서 간다. 어렸을 때 기계에 얼음 넣고 갈던 바로 그 감성. 수북이 얼음산을 쌓아 올린다. 마무리는 컬러풀한 시럽과 연유를 듬뿍 뿌려준다.


그렇게 완성된 빙수. 30밧(1,200원)에 추억을 꺼냈다. 색깔이 알록달록 예뻐서 사진 찍기에도 좋더라. 무지갯빛 얼음을 보니 동심이 한껏 차올랐다.


트럭 옆에서 자리 잡고 먹었다. 맛은 뽕따 아이스크림 소다맛이었다. 달달하고 시원해서 기분 좋더라. 얼음이 금세 녹아서 국물이 되었다. 사장님은 간 얼음을 무한리필해 주셨다.


빙수의 인기는 대단했다. 남녀노소 다양한 손님들이 줄 서서 빙수를 사갔다. 다들 1인 1 빙수를 구매하는 게 신기했다. 난 점심을 먹은 직후라 빙수 양이 너무 많아서 먹느라 고생했기 때문.


다 먹고 나니 윗배가 남산처럼 불렀다. 설빙의 고운 우유얼음에 익숙해져 있던 내게 거친 물얼음은 일깨워줬다. 물얼음도 달달해질 수 있다고.


열심히 손을 돌려 각얼음을 갈던 사장님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옛 추억을 소환시켜 준 빙수 트럭이 참 고맙다. 그가 힘차게 내린 것은 간 얼음만이 아님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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