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열었나
집 앞에 빙수집이 2개 있다. 한 곳은 옛날 빙수고, 한 곳은 요즘 빙수다. 요즘 빙수집은 3주 정도 쉬고 다시 열었다. 근데 옛날 빙수집이 2달 내내 열지 않더라. 맨날 요즘 빙수집은 줄을 서는데, 옛날 빙수집은 텅텅 비어있었기 때문에 걱정이 되었다.
매번 귀갓길에 옛날빙수집이 열었을까 확인했다. 최근들어 낮에는 청소하려고 잠깐 여시는 걸 보고 희망을 품었다. 저녁엔 굳게 닫혀있어서 더욱 궁금해졌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
통 소식을 알 수 없었던 옛날빙수집이 오늘부로 다시 문을 활짝 열었더라. 반가웠다. 나만 반가운 게 아니었는지 손님들이 단체로 가게 앞에서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여기 빙수는 얼음을 산처럼 쌓아놓고 시리얼을 뿌려주는 형태다. 먹다 보면 바닥엔 식빵조각이 깔려있는데 빙수에 녹아 촉촉해서 맛나다. 한국 스타일의 빙수랑 달라서 매력적이더라. 귀국 전에 다시 빙수집이 열어서 고마웠다.
계산하고선 구글번역기를 켰다. 한동안 가게가 문을 닫아 그리웠다고, 다시 열어줘서 고맙다고 전했다. 학기 중이 아니라서 쉬셨던 거란다. 영문도 모르고 안부를 궁금해한 지난날들의 수수께끼가 풀렸다.
뭐든 알려고 하면 쉽게 인터넷으로 알 수 있는 세상이다. 옛날빙수집이 닫혀있는 동안 오랜만에 옛날에 영상통화 없고, 카카오톡 없던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문자와 통화비가 많이 나와서 용건만 간단히 하거나 한 번에 몰아서 연락하는 때가 있었는데 말이다.
오히려 요즘엔 너무 간편하게 서로 연결되어 있다. 자기 PR시대라는 시대의 흐름 아래 간단한 안부조차 먼저 묻지 않게 된 것은 아닌지. 입 꾹 다 물고 핸드폰 화면만 쳐다보는 시간이 일상인 요즘. 주변에 있는 사람에게 먼저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내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