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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탱볼에세이 May 31. 2024

[치앙마이 82일 차] 고장 난 기분

자전거의 굴레

 코코넛케이크를 먹으러 유명한 케이크집으로 향했다. 출발한 지 얼마 안 돼서 자전거 체인이 빠졌다. 맨손으로 체인을 끼워 넣었다. 될 때까지 욱여넣으니 체인이 껴지긴 껴지더라. 삼십 분 넘게 혼자 길가에서 자전거를 고치는 내가 서러웠다.


 힘겹게 다시 페달을 밟는데 얼마 못 가서 또 체인이 빠졌다. 한번 고쳐보니 노하우가 생겼는지 체인을 다시 끼우는 시간이 점차 줄어들더라. 그렇게 빠진 체인을 네 번 정도 끼우고 나서야 겨우 도착했다. 물론 또 체인이 빠져버려서 막판엔 끌고 왔지만.


 자전거 체인 기름 때로 시꺼메진 손은 세정제를 묻혀 빡빡 씻어도 여전히 새까맸다. 먹고 싶던 코코넛케이크를 먹었는데도 전혀 기쁘지 않았고. 오히려 느끼하기만 했다. 맛있게 먹으려고 아침식사도 따로 하지 않고 왔건만. 작년엔 분명 맛있게 먹었는데. 자전거가 고장 나니, 기분도 고장이 났나 보다.


급기야 고장 난 자전거를 버리고 싶어졌다. 고민하다가 그래도 자전거를 고치기로 했다. 자전거 수리점이 8분 거리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체인을 끼웠다. 까만 손은 더욱 시꺼메졌다. 역시나 얼마 못 가서 체인이 또 빠져버렸지만. 결국 고장 난 자전거를 끌고 수리점으로 향했다.


지도를 따라갔는데 거의 도착해서 방향을 잃었다. 원래 가려던 수리점이 아닌 눈에 보이는 수리점에 자전거를 맡겼다. 2시간 뒤에 오란다. 체인 빠진 거 고치는 게 그렇게 오래 걸리나 의아했지만.  


 근처를 떠돌아다니니 금방 3시가 되었고, 자전거는 고쳐져 있었다. 오랫동안 돌아가 있던 핸들도 고쳐주셨다. 수리가격은 100밧(4천 원)이었다.


 고쳐진 자전거는 다시 새 자전거처럼 잘 나갔다. 사실 어제 마지막 주엔 자전거가 고장이 안 나서 다행이라 혼자 생각했었는데. 역시 마지막까지 방심하면 안 된다고 자전거는 고장 나며 내게 또 한 번의 교훈을 줬다.


  앞바퀴, 뒷바퀴, 페달, 체인, 핸들까지. 브레이크 빼고 다 고장 났다. 중고자전거를 샀던 결정을 여러 번 되돌아보게 되었다. 새 자전거를 샀다면 좀 달랐을까? 사실 자전거가 너무 느리고, 시야확보가 안 돼서 차선변경할 때 오히려 오토바이보다 위험하다.


 그동안 자전거를 탈 수 있어서, 자전거에만 갇혀있지 않았나 싶더라. 수영을 못해서 물놀이를 즐기지 않았듯이 말이다. 내 능력에 따라 보는 시야도 좁아지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 면에서 다음 동남아 여행엔 미리 오토바이 면허를 취득해서 와야지. 이젠 자전거의 굴레에서 벗어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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