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행복센터
오래간만에 부산에 왔다. 언니들 만나러 가는 길. 초행길이라 약속시간에 늦을까 봐 잔뜩 긴장했더랬다.
카카오맵 도착경로를 도착하는 지하철 역마다 새로고침하면서 계속해서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바로 출구와 연결되는 열차칸은 어디이며, 열차에서 내리면 몇 번 출구로 달려가야 하는지. 생각보다 순조롭게 환승역에 도착했다.
머릿속에 되뇌던 출구로 무사히 나오자 보이는 버스정거장. 환승해야 할 버스가 이미 도착해 있다. 저 버스를 타야 늦지 않는데. 그러려면 횡단보도를 얼른 건너야 하는데.
신호등도 내 마음속을 읽었는지 눈치껏 초록불이 되어준다. 후다닥 건너서 파다닥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리곤 버스기사님께 물었다.
혹시 00 행복센터도 가나요?
확신의 대답을 듣기 위해서 용기낸 질문인데, 고개를 갸우뚱하시더라. 설마 나 버스 방향을 반대로 탄 건가. 다시 한번 질문하니, 그제야 말소리로 돌아온 답.
행복센터엔 안 가고,
행정복지센터는 갑니다.
답변을 듣고서 2가지 감정이 동시에 들었다. 맞는 방향으로 제대로 탔구나는 안도감. 그리고 없는 정류장 이름을 자신 있게 외친 것에 대한 민망함.
얼마나 다급했으면! 나도 행정복지센터를 맘대로 행복센터로 말했을꼬! 호호. 버스는 행정복지센터 정거장에 무사히 날 내려줬다.
17분 지각한다고 예상되었던 길. 배차간격을 예술적으로 맞춘 덕분에 약속시간보다 2분 일찍 도착했다. 이 정도면 나는 행복센터에 다다른 게 아닐는지.
행복센터로 착각한 덕분에, 소중한 에피소드가 생겼다. 가끔은 행정복지센터를 행복센터로 오해해도 괜찮을 지도. 열차칸 내리자마자 출구와 바로 연결돼있다거나, 횡단보도 신호가 알맞게 들어온다거나 하는 기분 좋은 우연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그렇다면 나만의 행복센터를 곳곳에 만들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