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가장 울컥했던 순간

_주책이야 증말

by 엉클테디

일찍 일어나는 새가 부지런하다죠_


일어나자마자 바로 씻고 나갈 준비를 한다.


한 시간이라도 빨리 가고 싶어 전날 일찍 잤더니 컨디션이 좋다.


전날 우중충하게 비가 내려서 조금은 걱정을 했지만


다행히도 날씨가 맑다.


오늘도 자르딩 주로지쿠역 근처 고속 터미널로 간다.


파티마행 버스 티켓


국제 학생 할인받아서 왕복 18유로


Viatura : 50 / Lugar : 54 Viatura 게이트 Lugar 좌석번호


게이트는 그렇게 많지 않고 전광판에 수시로 번호가 바뀐다.


그렇게 터미널이 넓지도 않은데 50번 게이트가 어딨냐고 주변 분들한테 물어봤더니

전광판을 확인하면 나온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파티마 같은 경우엔 유명 관광지라 눈치껏 사람들 많은 곳에 기다리면 된다.


버스를 타고나서 보니까 꽤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수녀님, 신부님, 그리고 여러 나라에서 온 가톨릭 신자들

아마 모두 같은 신앙, 같은 뜻, 같은 마음으로 파티마행 버스를 타지 않을까 생각했다.






입이 닳도록 가고 싶었던 그 도시_


버스가 터미널로 들어오고 나서 정차를 한다.


여기가 말로만 듣던 파티마구나


버스에서 하나둘씩 내린다.


나 또한 설레는 마음으로 버스를 내린다.


터미널 바로 근처에 성물방이 있다.


미사가 시작할 때까지 시간이 남아 잠깐 성물방에 들러 구경을 한다.

여느 성물방과 같이 아기자기한 성물을 팔고 있다.


그중에서도 휴대하기 편한 묵주팔찌 여러 개를 샀다.


파티마 성당 가는 길


파티마 성당까지 가는 길 간단한다.

쭉 뻗어있는 길로 걸어가다 보면 어느새 큰 십자가가 보인다.


성당 초입


탁 트인 넓은 광장과 저 멀리 파티마 대성당이 보인다.

역시 가톨릭 성지라 그런지 스케일이 남다르다.



선선한 가을바람이 분다.

마치 낯선 이방인을 반기는 듯한 기분 좋은 바람이다.


산티 시마 트린다데 바실리카


낮이라 덥지만 선선한 바람으로 돌아다니기에 딱 좋은 날씨랄까



마냥 좋다.


꿈에 그리던 파티마를 온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광장을 유유자적 걸어 다니며 구경한다.


평화롭다.


리스본에서도 나자레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또 다른 평화로움



광장을 둘러보는 중 왼편엔 소성당이 보인다.


성모 마리아 발현 소성당 Capela das Aparicoes


파티마 대성당을 바라보고 서면 코바 다 이리아 광장 왼편에 마련된 소규모의 성모 마리아 발현 소성당을 볼 수 있다. 이 광장에서 가장 먼저 세워진 소성당이다. 1981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암살하려던 총알이 박힌 왕관을 쓰고 있는 성모 마리아 상을 보관한다.


출처_포르투갈 홀리데이



소성당 근처로 가니까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다.


잠시 시계를 확인한다.


몇 분 후면 미사가 시작되겠구나


N년차 가톨릭 신자의 짬바(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로 미사가 곧 시작될 것이라는 걸 눈치챈다.



아니나 다를까


오후 1시쯤


입당 성가와 함께 미사 시작



평일 미사치고는 많은 사람들이 미사에 참여를 했다.
나 또한 자리를 잡고 경건한 마음으로 미사에 참여한다.


입당 성가가 끝난 후


신부님께서 미사 경전을 읽으신다.


당연히 미사 경전이 포르투갈어라 이해할 수는 없지만 한국의 어느 성당과도 진행이 똑같다는 걸 알기에 눈치껏 일어날 때 일어나고 앉을 때 앉는다.



말씀 전례가 끝난 후


본격적인 성찬 전례가 시작

미사 중이라 사진을 찍진 못했다


성찬 전례가 끝날 무렵 성체성사 시작할 때쯤


마음속 깊은 어떤 무언가가 갑자기 끌어 오르기 시작했다. 뜨거웠다.


이 감정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뭔가 꽉 차 있다.


평소에 미사 때 느낄 수 없었던 감정이다.

마치 첫 영성체를 받아 모셨던 때처럼 감격스럽다는 말이 어울리려나




그러다 결국 성체를 받아 모시는 순간 왈칵 눈물이 났다.


생전 한번 한국에서도 미사를 보면서 눈물을 흘렸던 적이 없었던 나인데


어째서일까

내가 성모님 발현지에서 미사를 드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러워서 눈물이 나는 걸까


잠시 눈을 감은 후 기도를 한다.


이곳에 불러주심에 감사합니다. 그저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시간이 지나도 종종 파티마 생각이 난다. 그때 그 뜨거웠던 무언가에 의해 눈물이 났던 기억. 성모님 발현지라 가톨릭 성지라 더 의미가 남달랐던 걸까. 그냥 눈물이 났다. 글이 종교적인 내용으로 갈까 봐 상세히 쓰지는 않지만 여러모로 인상적이었던 곳이라 할 수 있다.


미사 끝

약 40분간의 미사가 끝나고 사람들이 자리를 뜬다.

나 또한 마지막 기도를 한 후 다시 움직인다.


광장의 끝엔 파티마 대성당이 있다.


Basilica de Nossa Senhora do Rosario de Fatima


파티마 대성당 Basilica de Nossa Senhora do Rosario de Fatima


파티마를 찾는 순례자들을 위해 지어진 신고전주의 양식의 웅장한 성당

공사는 1928년 시작되었지만 수도원과 병원 건물 등 규모가 워낙 커서 1953년에야 완공되었다.


성모가 목동들에게 묵주를 들고 기도하라고 청했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하여 '로사 리우 성당'이라고도 불린다. 바티칸에 위치한 성 베드로 광장보다 약 2배나 더 넓은 코베다 이리아 광장 Cova da Iria에 위치한다.


큰 십자가를 꼭대기에 꽂은 65m의 탑이 있으며, 내부에는 성모 발현을 처음 접하고 이를 파티마 사람들에게 알린 자신 마르타와 프란시스코의 묘가 안치되어 있다.


1952년 설치된 12,000여 개의 파이프 또한 웅장하다. 파티마의 기적에 관한 내용도 성당 내 스테인드글라스로 표현되어 있다.



파티마에 왔으니 파티마 대성당은 들러야 하지 않을까 해서 잠깐 들어가 본다.



유럽의 어느 흔한 성당의 내부 모습이다.

하지만 매우 의미가 있는 곳이라 천천히 구경을 한다.



파이프 오르간은 가이드북에 나와있듯이 웅장하다.

유럽 성당에서 미사를 드릴 때면 파이프 오르간에서 나오는 사운드에 미사를 드리다가 종종 소름이 돋기도 하는데 파티마에 와서 저 파이프 오르간 연주를 못 듣는 게 아쉬울 뿐이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차분하고 조용하다.

밖에선 살랑살랑 실바람이 들어온다. 또 한 번 여유로움에 미소가 번진다.


내겐 성당이란 쉼터 같은 곳인지 푸근하다. 오래된 성당 의자에 앉아 천천히 둘러본다.





성당을 나와 뒤뜰에 간다.

가볍게 산책할 수 있는 길이 있다.


한가로운 오후

포르투갈에 오면서부터 계속해서 여유의 여유를 즐기고 있다.


그간 길고도 짧은 9개월이 한순간처럼 지나쳐간다.

벌써 2016년이 머지않은 것 같기도 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여행을 하는 누군가에게는 시시한 작은 도시가 또 어떤 이에겐 큰 감동과 영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나에겐 파티마란 그런 곳이었다.

그저 다른 이가 보기엔 '종교적인 도시'라 칭할지 몰라도 여기서 받은 감동과 영감은 쉽게 잊히지가 않는다.




날짜 한 번 잘 잡았네그려


리스본행 버스를 타기 전 잠시 큰 십자가 옆 건물에 들렀다.


벽면 유리창에 비친 글자들이 보여 가까이 갔다.



가까이 가서 보니 성경의 한 구절을 전 세계의 언어로 새겨져 있다.


혹시 한글도 있을까 유심히 찾아보다가



인간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기억해 주십니까?

사람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돌보아 주십니까?


인간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기억해 주십니까? 사람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돌보아 주십니까?


한글이다.


머나먼 타국에서 한글을 보는 게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보자마자 소름이 돋았다.


한국에도 가톨릭이라는 종교가 들어온 지 오래되었고 전국 각지에 성당과 공소 그리고 성지가 있으니 당연히 한글로도 적혀 있겠지 반신반의했는데 실제로 한글이 쓰인걸 두 눈으로 보니까 놀랐다.


생경하다는 말이 떠오른다.


그리고 성경 구절 또한 크게 와닿아 한동안 서서 그 의미에 대해 계속해서 생각했다.



충분히 그리고 진득하게 둘러봤다고 생각했기에 다시 리스본행 버스에 오른다.


리스본으로 가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하룻밤 정도 더 머물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앞으로 또 있을 일정을 위해 잠시만 놓아본다.



언젠간 또 갈 일이 있겠지하고 여지를 남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