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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엉클테디 Jul 21. 2020

왜 한달살기 였을까

한달살기를 떠났던 건 


1년 전일이었다. 7월, 여권 유효기간 만료가 끝났다. 이젠 여권을 받으려면 병무청에 먼저 여행 허가를 신청해야 하는 나이가 되었다. 처음엔 '그래, 이만하면 많이 다녔으니 군대 가기 전까지 잠시 여행을 쉬자' 다짐했거늘 어쩐지 뭔가 아쉬웠다. 1년에 한 번은 해외여행을 갔었기에 마음이 공허했다. 


태어나서 한 번도 사주를 본 적이 없지만 분명 내 사주엔 역마살이 있을 것이다. 


사실 여권이 만료되기 전 혹시 모르니 다음엔 어디를 갈지 틈틈이 이것저것을 알아보긴 했었다. 그래야 여행 가고 싶은 마음을 어느 정도는 달래줄 수 있으니. 이번엔 전과 다른 여행을 해보고 싶었다. 배낭여행 말고 내 인생에서 더욱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그런 여행. (물론 배낭여행 또한 언제나 옳다.) 21살 이후 총 8번의 출국을 했고 모두 배낭여행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여행 스타일을 바꿔보고 싶었다. 


여러 가지를 알아보고 난 후 결론은 바로 '해외에서 한달살기'였다.


'해외에서 한달살기'를 하고자 했던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난 한 번도 해외에서 여행을 제외하고 살아본 경험이 없다. 물론 해외에서 살다왔거나 사는 게 흔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궁금했다. 해외에서 '살아보는' 건 어떨지. 그다음으로는 가볍게 유럽 여행을 하고 싶었다. 보통 유럽으로 교환학생을 가는 친구들은 간 김에 주말에 시간 내서 짧게 유럽의 다른 나라를 여행하곤 한다.(피플 by피플) 그냥 그게 부러웠다. 유럽에서 유럽으로 여행하는 게. 무엇보다 백팩 하나만 챙겨가는 게 어찌나 부럽던지.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3주 정도 여행하는 여행자에겐 매 순간 24인치 캐리어를 끌고 여행하는 게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덧붙여 지난 여행들을 돌아봤을 때 너무 바쁘게 다녔다. 그래도 한도시에 최소 3박 4일은 머물렀으나 도시 이동이 너무 귀찮았다. 도시 이동하는 날은 이로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극도로 긴장이 된다. 누구나 한 번쯤은 느껴봤을 만한 감정이다. 


그래서 그런 긴장감을 되도록이면 덜 느끼고 싶었고 한도시에 진득하게 한 달 동안 머물러 있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지난 여행들을 정리하면서 20살부터 25살의 여정을 잘 마무리하고 싶었다.





다시 폴란드로


한달살기를 하기로 마음을 먹고 나서 어디를 가야 할까 고민이 많았다. 일단 무엇보다 중요한 건 어느 나라 어느 도시가 한달살기에 적합할지 찾는 것이었다. 몇몇 선택지가 있었다. 한 번이라도 갔었던 나라를 갈지 아니면 낯선 나라로 갈지 (물론 이번에도 유럽이다.) 충분히 시간을 가지면서 내가 생각한 예산을 두고 여러 나라의 물가를 비교해보았다. 


우선 서유럽은 비교를 굳이 하지 않아도 한 달치 숙소 값만 해도 비싸니까 제외를 했다. 그리하여 숙소, 교통비, 생활비 등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는 동유럽이 가장 매력적이었다. 범위는 좁혀졌고 내가 갔던 동유럽의 나라들을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폴란드가 생각이 났다.


폴란드는 나에겐 무척 친숙한 나라였다. 이미 2주 정도 여행을 다녀왔고 몇몇의 폴란드 친구도 있었고 또 2년 전엔 폴란드 친구 중 한 명이 한국으로 한 학기 정도 교환학생을 왔었으니까. 그리고 종종 폴란드 영화도 찾아보기도 하고 폴란드 음식이 그리워질 참이었다. 그래서 친구도 만날 겸 폴란드라는 나라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갈 겸 겸사겸사 여러 가지 이유들로 인해 폴란드를 가기로 했다. 


무엇보다 아직은 먼 미래지만 유럽의 다른 나라들보다 폴란드에서 나중에 내가 하고 싶은 사업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미리 어떨지 전반적인 사전조사를 하고 싶었다. 


비록 한달살기에 불과할지라도





그렇게 또 어쩌다 떠나게 된 시시콜콜한 프롤로그를 마치며


아직 다른 여행기들이 많이 쌓여 있어서 이 모든 걸 언제 다 쓰려나 막막함이 앞서지만 모든 걸 제쳐두고 먼저 '한달살기'에 관해 끄적이고 싶었다. 다녀온 지 아직 얼마 되지 않아 생생함이 사라지기 전에 써 내려가고 싶었기에. 


한달살기를 하면서 느낀 건 한 달을 살아보니 한 달 더 살아보고 싶었고 만약 두 달을 살면 한 달 더 아니 그보다 길게 살고 싶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이었다. 


매 순간 서서히 여행의 끝이 다가오면 귀향 본능이 생기듯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큰데 이번엔 더 머물고 싶었다. 그래서 더 아쉬웠다. 한 달 동안 한도시에서 살면서 정이 들었던 걸까


그만큼 행복했고 행복했다.


나에겐 폴란드는 또 다른 고향이랄까. 함께 알고 지낸 지 몇 년 되지 않았지만 누구보다도 나와 가장 친한 폴란드 친구인 Ania가 있어서 폴란드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젠 거의 가족이다 싶을 정도로 서로를 아끼고 응원하고 힘이 되어주는 사이라 항상 폴란드에도 나의 가족이 있음을 느낀다. 


아직 브런치에 마침표를 찍은 여행기가 없지만 언젠간 분명히 모든 여행기 완결할 때쯤 한 권의 책으로 나오지 않을까 조심스레 기대를 해보면서 이번 한달살기 이야기도 열심히 써 내려가 보도록 다짐을 해본다.







 


시시콜콜한 프롤로그를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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