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 한 잔

by 떠우


에스프레소와 우유를 섞어 만든,

이도저도 아닌 무언가 애매한


언제부터였을까.

내가 그런 라떼 한 잔을 좋아하게 된 게.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친구 소개로 널 처음 만나러 가던 날.


여섯 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일이 늦게 끝날 것 같다고 연락이 왔지.


'아, 그럼 일 끝나는 대로 봐요.'


근사한 레스토랑도 예약했는데 취소하고,

무작정 네 회사 근처로 가서 기다렸어.


지금 생각해봐도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그 이유를 도통 모르겠네.


다음에 봐도 됐었을 텐데.


결국, 아홉 시 가까이 되어서야 만났지.


계속 미안해 하는 너에게

정말 괜찮다고 웃어 보이고,

눈에 띄는 아무 식당이나 들어가

간단히 저녁을 먹었을거야.


그런데, 대화가 너무 잘 통해

어느새 마감 시간이 다가오고,

음식은 반 이상 남았지.


카페라도 가자며 나왔지만

괜찮아 보이던 카페들은 이미 문을 닫았고,

결국 프랜차이즈에 들어가

커피를 시켰어.


아마, 그때 너는 라떼를 마셨을 거야.

아마, 나는 그때부터였겠지.


커피는 맥심과 아메리카노만 알던 내게,

라떼를 알려준 너.

이제는 라떼가 취향이 되어버린 나.


처음 맛봤던 라떼가

이제는 나의 취향이 되고,

처음의 설렘이

이제는 우리의 일상이 되었지만


그건 나를 내어주며

너를 안아주는 것.

그렇게 ‘우리’라는 교집합이

점점 늘어가는 것.


주말 아침,

너와 내가 반반씩 섞인

아이를 바라보며

오늘도 라떼를 마셔.




커버사진은 2017년 프라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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