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희에게

by 떠우


초등학교 교사지만

이상하리만큼 나의 초등학교 시절,

특히 선생님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다.


내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 그런 건지

좋았던 기억이 없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영상의 프레임처럼

선명하게 떠오르는 세 컷의 장면이 있다.


첫 번째 컷.

3학년 때, 담임선생님과 학교 계단 아래에서 대화를 나눈 장면.

정확히 무슨 이야기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당시 아버지가 병으로 쓰러지셨었는데

아마 그 일로 선생님이 나를 따로 불러 위로를 해주셨던 것 같다.


두 번째 컷.

5학년 때, 연세가 많으셨던 남자 담임선생님이 우유를 마시던 장면.

윗니, 아랫니는 모두 강렬하게 반짝이는 은색이었는데

“우유를 마실 때는 잘근잘근 씹어 먹어야 영양소가 잘 흡수된다”며

정말 그렇게 우유를 씹어 드셨다.

다소 기묘하고 기괴했던 그 한 컷이, 지금까지도 또렷하다.


세 번째 컷.

6학년 때, 담임선생님께 반 전체가 혼났던 장면.

어떤 한 친구가 칠판에 분필로 ‘담탱이‘라 적었고,

당연하게도 선생님은 크게 화가 나셨다.

그날 선생님의 상기된 얼굴, 내내 이어졌던 침묵이 생각난다.


사실, 이렇게 기억하고 있지만

정말로 있었던 일인지조차 확신할 수는 없다.

기억이라는게, 시간이 흐르며

상상이 덧붙여지고 왜곡되기도 하니까.


초등학교 6년이라는 긴 시간을 보냈지만

선생님에 대해 남아있는 기억이 고작 저 세 컷이라는 것.

또한, 그 기억들조차 흐릿하고

그리 의미 있는 장면들이 아니라는 사실에

초등교사라는 직업에 회의감을 느꼈던 적도 있었다.

‘내가 아무리 애써도 아이들 기억엔 남지 않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금하긴 하다.

이렇게 수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너희는 어떤 프레임을 기억할까.


나는,

너희에게 어떤 프레임으로 남게 될까.




커버사진은 2017년 할슈타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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