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수도 있겠다

by 떠우


일반 회사는 보통 아침에 회의를 하려나.


직장 경험이 있는 아내에게 물어보니

회의 성격에 따라 다르다고 하는데,


교사는 언제나 늦은 오후에 회의를 시작한다.


오전에는 아이들이 등교하니

수업과 생활지도로 회의가 불가능하고,

회의는 아이들이 하교한 후

녹초가 된 상태로 시작된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기획회의 날.


회의가 시작하기 10분 전 쯤이면

부장님들이 하나둘 슬슬 모이고,

짧은 스몰토크가 오간다.


내가 은근히 즐기는 이 시간.


동학년이나 같은 층이 아니면

평소 거의 마주치지 못하고,

딱히 이야기 나눌 기회도 없기 때문이다.


이때 듣는 다른 학년 이야기,

최근의 학교 이슈들은

두 귀를 쫑긋하게 만든다.


오늘 스몰토크 화두는

속칭 ‘테토남’, ‘에겐남’.


처음엔 이게 무슨 말인지 몰랐다.

(이제 내가 알았으니 유행 종료.)


‘테스토스테론이 많은 남자’

’에스트로겐이 많은 남자‘의 줄임말이라고 한다.

예전의 ’짐승남‘, ’초식남‘ 같은 느낌이랄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요즘의 나는 확실히 에겐남에 가까운 것 같다.


꽃과 풀이 좋고, 하늘은 예쁘다.

눈물도 많아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눈에서 흐르는 눈물은 아니고

마음에서 흐르는 눈물이랄까.


그래서 불쑥 소개하는

나의 ’눈물 버튼‘ 노래들.


오마이베이비 - 윤종신

엄마가 딸에게 - 양희은

가족사진 - 김진호


모두 부모자식과 관련된 노래들.


가사를 음미하며 듣다보면

가슴이 울컥하고 눈시울은 붉어진다.


그리 좋은 아들도 아니었고,

그리 좋은 아빠도 아니건만

새삼 눈물이라니.


아,

좋은 아들, 아빠가 못 되어서

그럴 수도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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