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된 것은 없더라

by 떠우


어느덧 우리 반 아이들이 입학한 지도 100일이 가까워 온다.

2월엔 입학식 준비로, 3~4월엔 아이들과 함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하루하루가 정신없이 바빴다.

적응이 조금 될 만하니, 요즘은 입학 100일 행사 준비로 또 정신이 없다.


그러니까… 계속 바빴고, 앞으로도 바쁠거란 얘기다.


작년 겨울, 교장실에 내려갔을 때 교장선생님이 물으셨다.

“내년에 1학년 부장, 어떠세요?”

학교 일에 웬만하면 거절 안 하는 성격이라 그냥 알겠다고 했다.


내 대답이 예상 밖이었을까.

그 뒤로도 두세 번 더 물으셨지만, 대답은 늘 같았다.

“네, 알겠습니다.”


사실 10년 가까이 교직에 있었지만 1학년은 처음이었다.


나는 그간 당연한 것들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자리에 앉는 방법, 급식을 받는 방법부터

언제 어떻게 화장실을 가야 하고, 화장실은 어디인지

가정통신문을 어떻게 챙겨가야 하는지, 지금이 몇 교시인지…


아이들은 아직 아무것도 몰랐다.

아는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없더라.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쳤다.

두 번, 세 번, 네 번… 계속 반복하며.


나는 평온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덕분에, 희로애락이 뚜렷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다.


결국, 감사하다는 이야기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물을 주고 있었던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끔 키우고 있었던

1학년 선생님들의 애씀을 알게 됐다.


이제는 나도 물을 준다.

다음을 위해.


조금 느리지만, 묵묵히.




커버 사진은 2019년 아미미술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