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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뜨고 TTGO Dec 20. 2018

쉼을 위해 떠난 여행에서 나를 찾다

다카마쓰(시코쿠) 헨로미치 순례길 여행기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길이라고 하면 산티아고 순례길를 떠올리지만,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그곳이기에 쉽사리 떠나기가 주저된다. 하지만 우리 가까이에도 역사와 의미가 있는 순례길이 있다면 어떨까?


일본 중에서도 가장 알려지지 않은 시코쿠 그곳에 1200년의 역사와 그만큼의 거리를 지닌 헨로 미치(오헨로)라 불리는 순례길이 있다. 히라가나와 일본 진언종의 창시자인 홍법대사의 발걸음을 따라가는 순례길인 헨로미치. 시코쿠에 위치한 88개의 절을 순서대로 돌아 1번의 절로 돌아오는 순례길인데 재미있는 것은 88번 절에서부터 거꾸로 순례길을 시작하는 사람도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이유에는 전설이 있기 마련인데 홍법대사가 탁발을 가자 못된 심보를 가졌던 에몬 사부로라는 남자가 시주는 고사하고 대사의 발우까지 던져 조각 내버렸다. 그 일로 에몬 사부로 집에 우환이 들어 자식이 죽게 되자 참회의 의미로 순례길을 20번이나 돌았는데, 결국 홍법대사를 만나지 못했다. 그는 마지막 수단으로 순례를 역주한 끝에 12번 절 쇼산지에서 홍법대사를 드디어 만나 참회하고 홍법대사가 그의 소원을 들어주었다는 전설이다.


그래서 에몬 사부로와 같이 순례길에서 순례자로서 바라는 바를 얻기 위해 역주행을 감행하기도 한다는데, 오롯이 나를 찾는 순례길 그 안에서도 궁극의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점이 인간적으로 느껴졌다. 이 순례길에 호기심이 생긴 나는 시코쿠의 순례길을 잠깐이라도 마주하고 싶어 다음여행의 목적지를 시코쿠로 정했다. 그리고 떠났다.


잘 알려지지 않은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동행이인 이라는 말처럼 순례길에서만큼은 홍법대사와 함께였던 까닭에 두렵지 않았다.



우리는 인생을 흔히 길에 빗대어 표현하고는 한다. 길은 어디론가 통하여 이어주는 역할을 하지만 그 길이 어디로 이어져있는지 또 그 끝이 어디까지인지 알 수 없다. 때문에 보편적인 정답으로 이루어진 인생에서 보다 확실하고 만족스러운 자신만의 정답을 찾는 것이 일생의 목표가 된다. 


그래서 어디로 가야만 하는지에 대한 의문은 태어날 때부터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가 아닐까? 이러한 숙제를 해결하고자 살다 보면 크고 작은 문제에 부딪히고 좌절하고 다시 일어서고를 반복한다. 우리가 가는 이 인생길이 맞는지 대한 진지한 의문이 들거나 때로는 지금까지 달려온 나에게 쉼이 필요할 때 우리는 여행을 떠나곤 하는데 이때가 그런 때가 아니었나 싶다. 


그러나 나는 본질에 다가선 시작이기보다는 단순한 호기심에 시작하였기에 또 그 험한 길을 제대로 마주하지도 못하였으며 더욱이 완주까지는 어불성설이었다. 하지만 내자신 스스로를 그 길 위에 올려놓은 것만으로도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면 지나친 자기애의 발로인 까닭일까? 


이번은 스쳐 지나가는 것들이 많은 여행이었지만 다음에는 하나의 의미와 좀더 오래 내 안에 주위의 것들을 새기기 위한 시간을 가져보려고 준비 중이다. 시작에 불과하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생각으로 다음을 기약하면서.




여행 Tip

사누끼 우동과 예술의 섬으로 유명한 다카마쓰. 다카마쓰의 오헨로 순례길은 한국인에게는 아직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그래도 여행자들을 위한 여러가지 시설이 있는데 그 중 온천을 즐길 수 있는 숙박시설 큐카무라 사누키 고시키다이는 오헨로 순례자 수첩이 있으면 숙박을 할인해주는 플랜이 있다. 순례길도 걸어보고 온천도 즐겨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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