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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뜨고 TTGO Dec 21. 2018

어느 직장인의 휴가_나만 알고 싶은 섬, 로타

레는 마음과 부푼 기대를 가득 안고 시작한 직장생활은 내가 상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대학 4년 내내 입어왔던 어린 티 나는 옷을 벗어 던지고, 나름 멋지게 정장을 차려 입은 채 바쁘게 움직이는 직장인들 무리에 섞이고 나면 나도 사회에서 어엿한 일꾼으로 인정 받을 줄 알았지만 냉정한 사회생활은 겪으면 겪을수록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혼자서는 감당하기 버거울 만큼 잔뜩 쌓인 업무로 연일 계속되는 야근과직장 상사와 반복되는 술자리까지.. 그토록 간절히바래왔던 직장인으로서의멋진 삶은 온 데 간 데 없고 업무의 산에 짓눌려 초라해진 내 모습만이 거울에 비춰지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평균 휴가일수는 365일 중 8일로 6년 연속 전 세계에서 하위권을 차지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기사를 보았다. 국민소득 3만 달러의 경제대국 대한민국에서 일을 하고 있는 직장인들의 평균 휴가일수가고작 8일이라니…놀라지 않을 수 없는 사실이었다. 최근 워라밸, 욜로 같은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여가를 중요시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발 맞춰 근로시간 단축과 같은법적인 제도가 마련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많은 직장인들은 밀린 업무와 상사의 눈치를 보느라 책상 앞을 떠나는 걸 망설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나 역시 그러한 직장인들 중에 한 명이었지만 어느날 문득 결심하게 되었다! 직장 내에서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나를 찾겠노라고! 내가 원하는 것을 하면서 진짜 나를 찾아야 직장에서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가 있을 거라는 생각에 무작정 내가 좋아하는 여행을 떠나게 되었고, 3년 동안 30여 번의 여행을 하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물론 직장생활 틈틈이 말이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고 물어오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들에게 해 준 말은 늘 한결 같다.

떠날 수 있는 용기”만 있으면 된다고…누군가 말하지 않았던가? 


“여행은 항상 돈과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용기의 문제"라고


이제 여러분과 다를 바 없는어느 평범한 직장인의 휴가 이야기를 들려주려 한다. 이 이야기가 대한민국 모든 직장인들에게 공감이 되어 그들이 떠날 수 있는 용기를 가지는 데 동기 부여가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나 자신을 찾겠노라고 큰 소리는 쳤지만 여행 초보였던 나는 막상 어디로 떠나야 할지 조차 정하지 못했다. 

처음부터 유럽이나 미주, 남미처럼 먼 곳으로 무작정 떠날 용기는 나지 않았기에 우리나라에서 그리 멀지 않은 가까운 곳부터 떠나기로 결심했다. 오늘 여러분께 소개할 여행지도 그런 곳 중 하나다.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나만 알고 싶은 그런 보물섬 같은 곳이지만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힐링을 위해 아낌없이 공유하고자 한다.



세계에서 가장 친근한 섬, 로타!


로타라는 이름만 들었을 때는거기가 어디야?라고 고개를 갸우뚱 할 수 있다. 그동안 흔히 들어왔던 여행지는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휴양지로 유명한 사이판과 괌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텐데 로타는 이들 섬과 함께 마리아나 제도에 속하는 섬으로 미국의 자치령이다. 괌이나 사이판처럼 바로 갈 수 있는 직항편이 없다 보니 두 섬에 비해 비교적 많이 알려지지 않았고, 그 덕분에 아직까지 자연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는 보물섬과도 같은 곳이 바로 로타 섬이다.



앞서 말했듯이 직항 편이 없는 로타 섬으로 가기 위해서는 사이판에서 출발하는 경비행기가 유일한 수단이다. 일반적인 커다란 여객기는 누구나 경험해 보았겠지만 이렇게 작은 경비행기를 타볼 기회는 많지 않았을 것이다. 미지의 섬 로타로 향하기 위해서는 이런 작은 경비행기에 탑승해야만 한다는 사실이 여행자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엔 충분했다.



경비행기를 타고 사이판을 떠난 지 30여 분, 로타 섬에 도착하면가장 먼저 찾게 되는 곳은 바로 송송 빌리지이다. 사실 송송 빌리지는 로타 섬 안의 하나뿐인 유일한 마을로 ‘송송’이란이곳 원주민인 차모로족의 언어로 ‘마을’을 뜻한다고 한다. 섬 안의 유일한 마을이다 보니 굳이 별다른 이름없이 그냥 마을이라고 불려 온 듯하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이 이곳에 주둔하면서‘송송’뒤에 ‘빌리지’를 붙이는 바람에 우리말로 직역하지만 ‘마을 마을’이라는 조금은 우스꽝스러운 이름을 가진 곳이 되어버렸다. 그리 크지 않은 송송 마을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에 오르면저 멀리 커다란 산이 보인다. 그 모습이 마치 웨딩 케이크를 닮았다 해서 ‘웨딩 케이크 산’이라 불리고 있는데 이 산의 왼쪽으로는 태평양, 오른쪽으로는 필리핀 해로 나뉘는 기준이 되고 있다.



어둠이 내려 앉은 송송 마을 하늘에는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기 시작하는데 낮에 왔었던 전망대에 다시 올라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아름답기 그지없는 로타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복잡했던 머릿속이 깔끔하게 정리되는 듯하다. 이렇게 여행을 통해 충전하고, 다시 돌아가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어갈 수 있기에 한번쯤 용기 있게 떠나는 것을 권해주고 싶다.



이튿날 날이 밝고 본격적인 로타 섬 여행이 시작된다.

로타 섬 곳곳에는 숨겨진 비경들이 존재하는데 그 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스위밍 풀’이다. 도로도 없는 비포장 길을 따라 덜컹거리며 얼마나 달렸을까.. 눈 앞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의 스위밍 풀은 마치 자연이 꽁꽁 숨겨놓은 보물 같았다. 그 보물을 찾은 나는 신난 아이 마냥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지를 수밖에..



스위밍 풀은 자연이 만들어 준 수영장으로 암초들이 거센 파도를 막아주는방파제 역할을 해준 덕분에한없이 잔잔하기만 하다. 수심이 얕을 뿐만 아니라 바닥까지 훤히 들여다보이는 맑고 깨끗한 바닷물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물놀이를 즐기기에도 제 격! 더구나 북적이는 관광객들은 찾아볼 수 없어서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그런 곳이다.


백문이 불여일견!

스위밍 풀의 아름다움을 영상으로 만나보자!




괌이나 사이판에 비해 덜 알려진 덕분에 로타 섬은 비교적 자연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섬의 서쪽으로 향하면 수많은 새들이 서식하고 있는 버드 생추어리를 만나 볼 수 있는데 이곳에서는 다양한 종류들의 새들이 저마다 둥지를 틀고 쉴 틈없이 무언가를 입에 문 채 실어 나르느라 바빠 보인다. 특히 해가 질 무렵 이곳으로 무리 지어 날아드는 새들의 모습은 어디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장관을 이루니 꼭 지켜 보길 추천한다.



로타 섬을 더욱 이국적으로 느껴지도록 해주는 야자수!

이 야자수들이 빈틈 없이 빼곡하게 늘어선 이곳은 천 그루의 야자수가 심어져 있는데 자연적으로 생겨난 것은 아닐 테고 천 그루의 야자수에 전해지는 두가지 설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2차 세계대전 당시 패전한 일본이 로타 섬을 떠나면서 언젠가 다시 돌아오겠다는 다짐을 하며 야자수를 심었다는 설과 이곳을 점령한 미군이 승리를 기념하며 심었다는 설이 전해지고 있는데 어떤 것이 맞든 이제 더 이상은 그런 전쟁이 일어나질 않길 바랄 뿐이다.



미지의 섬,로타에는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가 또 하나 있는데 그곳은 바로 ‘라테 스톤 채석장’!

마리아나 제도에는 오래 전 전통 주거형태인 ‘타가 하우스’가 있는데 이 타가 하우스는 커다란 돌기둥들을 세운 후 그 위에 크고, 둥근 돌을 얹어 지붕을 만든 집이다. 마치 우리나라의 고인돌과도 비슷한 이 집을 짓기 위한 돌들을 이곳 로타 섬에서 채석해서 인근의 괌,사이판,티니안 섬으로 옮겼다고 하는데 당시 원주민들이 이 커다란 돌들을 카누에 실어 옮겼다고 하기엔 뭔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당시 원주민들이 거인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큰 돌들을 캐내고,운반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는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4면이 바다에 둘러 쌓인로타 섬은 어디를 가더라도 어렵지 않게 해변을 마주할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아름답기로 유명한 테테토 비치와 피나탕 비치가 있다. 어떤 곳인지 궁금하다면눈을 감고 그 곳의 모습을 상상해보자! 새하얀 모래가 펼쳐진 아무도 없는 해변가에 누워 에메랄드 빛바다를 떠올리며 로타 섬의 매력 속으로 흠뻑 빠져들어 보길! 



이토록 아름답고, 평화로워 보이기만 하는 로타 섬도 아픈 상처를 간직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이 섬을 지키려는 일본과 탈환하려는 미국 사이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흔적들이 아직까지 그대로 남아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당시의 참혹했던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 이제는 서로에게 상처만 남기는 그런 전쟁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기를 바래본다.



나만 알고 싶은 보물섬,아름다운 로타 섬에서 소중한 시간을 보낸 후 다시 사이판으로 돌아가는 경비행기 안에서 만난 무지개는 큰 용기를 내어 시작한 나의 휴가를 응원해주는 것 같아 더욱 반가웠다.

 

직장에서 다시 힘을 내기 위한 충전의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한 시간을 갖기 위해서는 크지만 또 작은 용기 하나면 된다. 어느 한 직장인의 휴가 이야기가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여가 문화를 바꾸는데 작은 보탬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다음 여행지에서 만나길 기대해본다.

 

 


 

 

Tip) 마리아나 제도 로타 섬 경비행기 예약하는 방법

사이판과 로타를 연결하는 경비행기는 한번에 7~8명 밖에 탑승하지 못하며, 하루 세 편만 제한적으로 운항되다 보니 로타 섬을 여행할 계획이라면 미리 경비행기 좌석을 예약하는 것을 추천한다. 1인당 허용되는 수화물 무게는 약 9kg으로 많지 않으니 꼭 필요한 짐만 챙겨 가도록 하자.


l  Star Marianas Air 예약 사이트 바로 가기 :https://www.starmarianasair.com/passenger-fligh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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