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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뜨고 TTGO Feb 08. 2019

서로를 여행하는, 시어머니와 며느리

시댁과 함께한 괌 여행 #01

자본주의에 심취한 에디터는 미국을 사랑한다. 우리가 블로그/SNS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 이렇게 살아요~ 보여주고 싶은 마음 아닌가? 에디터는 여행도 과시욕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로 샌디에이고 어학연수 시절 어쭙잖게 배운 미쿡 영어를 마음껏 뽐내고 싶었다. 중국이나 동남아 등 다른 곳을 가보고 싶어 하는 등본메이트의 소박한 의견을 리젝하고 매년 미국령을 우리 가족 여행지로 선택했다. 하와이 - 사이판 - 괌 - 사이판 - 하와이 - 괌. 마침 2019년도 설에는 시어머니 환갑이 있어서 시댁과 함께하는 가족 여행을 계획 중이었고, 오키나와 하롱베이외 여러 여행지가 후보에 올랐으나, 최종 결정권자인 에디터가 굉장히 민주적으로 괌을 선택했다. 지금부터 소녀 갬성 시어머니, 인스타 홀릭 시누이, 독불장군 두 돌 아기와 함께한 좌충우돌 괌 여행기를 시작해보겠다. 개봉 박두.




밤 비행기, 잘못된 선택 그 첫 번째
에어서울 20:15 인천 출발 → 01:35 괌 도착 비행기

설 연휴 성수기인지라... 연차를 3일이나 붙여서 최고로 비싼 일정을 피했음에도 비행기 표값은 어마 무시했다. 평소 괌을 갈 때 (두 번 밖에 안 가봤지만) 1인 40만원대로 갈 수 있었는데, 저가항공마저 기본이 60만원... 만 2세를 넘겨 소인 값을 내는 아기 표까지 총 5매를 예매하려니 어쩔 수 없이 밤 비행기인 에어서울을 택하게 되었다. 남편과 둘이서 여행을 다닐 때는 비행기 안에서 자기만 하면 다음날부터 개운하게 일정을 시작할 수 있어서 오히려 밤 비행기가 나았다. 작년 이맘때쯤 아기와 함께 낮 비행기로 괌을 가본 적이 있었기에 (그 또한 만만치는 않았다) 밤 비행기가 오히려 수월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첫 단추였다. 잠을 피곤하게 자다 보니 다음날부터 모든 일정이 틀어졌다. 아침부터 빡빡하게 짜놓은 일정들은 모두 11시 이후에야 시작할 수 있었고, 어른들도 쉽게 피로가 풀리지 않았으며 특히 아기에게는 여행 내내 컨디션에 영향을 끼쳤다. 그래도 인당 20만원 가량 아낀 셈이니 5 명해서 도합 100만원 세이브한 것에 위안을 삼았다. 


아기 동반 여행 시 무조건 낮 비행기로 하자





고추장 튜브 만든 사람, 상 받아야 해!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공을 들인 것이 먹을 것이었다. 아직 고기를 못 먹는 아기와 함께이기도 하고, 시어머니의 식성이 꽤 까다로웠기에 여행 시에 갈 음식점과 메뉴명까지 일일이 다 검색을 하며 후기를 찾아봤었다. 미국식/일본식을 번갈아 가며 계획을 했었으나, 모든 여행이 그러하듯 실제로는 지켜지지 않았다. 느끼한 미국 음식을 연달아 먹게 되자... 누구 입에서도 맛있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마치 괌의 모든 음식을 에디터가 만드는 것인 양, 일행들 표정만 살펴보며 좌불안석이었다. 


<카프리초사 먹물 파스타> 한국인 입맛에 딱이라고 한 사람 다 나와...


그 와중에 미리 한국에서 후기를 보고 선택한... '한국인 입맛에 딱'이라며 극찬 받던 메뉴들마저도 실제로는 전~~~~~혀 한국스럽지 않았다. TV프로그램 배틀OO에서 성시경이 맛있게 먹었던 로코모코 조차 너무나도 느끼하였다. (에잇 방송국놈들!!)  물론, 타칭 '미쿡빠'인 에디터는 좋아하는 맛이었다. 하지만, 미국 특유의 짜고 느끼한 음식에 익숙하지 않은 시어머니에게는 최악의 맛이었으리라... 


집 근처 마트에서 단돈 2,500원에 산 볶음고추장 튜브 120g


연속되는 미국식 레스토랑에 지쳐가는 일행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뻗었다. 바로 한국에서 사온 볶음 고추장 튜브!! 이후 방문하는 모든 레스토랑에서 고추장 튜브를 내밀었고, 비로소 가족들에게 철저한 준비성을 칭찬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시어머니도 미국 음식에 적응하시는 듯 보였으나, 결국 둘째 날 점심때 GPO -괌 프리미엄 아웃렛- 푸드코트에서 비빔밥을 시켜 아기와 함께 나눠드셨다. 해외 나가면 애국자 된다고... 두 살 하고도 반년이나 사신 독불장군님은 이 날 비빔밥 고명으로 올라간 무나물의 참맛을 알게 되어, 귀국한 이후로 지금껏 무나물 반찬으로 밥을 먹고 있다. 귀국 후 4일이 지난 지금, 그의 애국심은 며칠을 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가족여행 시, 고추장튜브는 꼭 사가자! 
(자매품 : 김치 캔)




서로를 여행하는, 가족여행
시어머니, 시누이, 며느리, 손자가 함께한 여행

 먹거리에서 많은 애로사항이 있었으나, 그래도 시댁과 함께한 가족여행은 즐거웠다. 학생 때부터 해외를 자주 접했던 에디터이지만, 여행 스타일이 다른 이들과 함께 하는 여행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심지어 시댁이었던 지라 준비 과정부터 어려움이 많았다. 음식도 문화도 전혀 다른 역사를 가진 둘이 만나 이룬 것이 부부이고 그 역사의 중심이 시댁 or 처갓댁이지 않나... 시댁과 함께 괌 여행을 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괌에서 우리 서로를 여행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남들은 시어머니와 함께라 힘들지 않겠냐 했지만, (꽤 힘들었다) 그래도 함께여서 더 즐거운 일들이 많았고, 완벽히 '다름'을 배워온 여행이기도 했다. 모든 여행이 다녀와서 아쉬움이 남듯이, 다시 시어머니를 모시고 여행을 간다면 더 잘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


EDITOR. DAHYUN 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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