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쓸까?"
이런 고민 한번도 안한 직장인은 아마 없겠죠.
하루에도 몇번찍 때려치고 싶은게 회사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직장인 분들께, 특히 가슴에 사표를 품고 계신 분들께,
꼭 추천하고 싶은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쇼생크 탈출입니다.
쇼생크 탈출은 탈옥이야기입니다.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힌 주인공 앤디가 기를 쓰고 감옥을 빠져나오는 이야기죠.
그런데 영화평론가 심영섭 박사는 이 감옥이 우리의 일상을 은유하는 공간이라고 해석한 바 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그 감옥이 딱 직장 같았습니다.
교도관들은 상사로 보였고 죄수를은 부하직원으로 보였습니다.
특히 주인공 앤디는 전직 회계사였고 감옥 안에서도 비공식 회계사로 활약하죠. 마치 이직한 것처럼 말입니다.
그는 교도소장의 탈세에 많은 도움을 주어 신임을 얻습니다.
한마디로 상사에게 아주 잘보인 부하직원 같습니다.
결정적으로 이 감옥이 직장처럼 보였던 이유는 장기수인 브룩스 할아버지의 에피소드 때문입니다.
할아버지는 감옥에서 책을 관리하는 일을 했는데 어느날 석방조치가 내려지죠.
그런데 기뻐하기는 커녕 다른 동료 죄수를 인질로 삼고 그 목에 흉기를 들이대며
자신을 석방하면 인질을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합니다.
그는 감옥을 나가는 게 죽기보다 싫었던 겁니다.
자신에게 익숙해진 공간이 감옥이었던 겁니다.
감옥에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익숙한 사람들이 있고 도서관리라는 익숙한 일이 있습니다.
하지만 감옥 밖으로 나가면 그 모든 것을 잃게 되는 것입니다.
그게 너무나도 두렵고 싫었던 겁니다.
결국 석방이 된 그는 사회에 나가 적응하지 못했고 끝내 자살합니다.
그의 모습에서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은 나이든 은퇴자의 절망이 떠올랐고,
그랬기에 이 영화 속의 감옥이 더욱더 회사처럼 느껴졌던 거 같습니다.
영화에는 두 명의 주요인물이 등장하는데요. 주인공 앤디와 그의 절친한 동료 레드입니다.
앤디는 끊임없이 감옥을 나가려 합니다. 정당한 방법으로 누명을 벗고 나가려 하죠.
하지만 레드는 그 모든 것이 부질없는 희망이고, 그런 희망은 사람을 병들게 만든다고 말합니다.
그는 그저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는 사람입니다.
반면 늘 희망을 품고 자신이 원하는 것은 꼭 이뤄내야 직성을 풀리는 앤디는 끝내 감옥을 탈출합니다.
정당한 방법으로 나갈 수 없게 되자 비공식 루트를 뚫어서 나갔죠.
20여년간 숟가락으로 구멍을 파서 탈옥을 한 겁니다.
그는 늘 감옥 밖의 세상으로 나가고 싶었기에 그만큼 준비도 철저히 했습니다.
탈옥 준비 뿐만 아니라 탈옥 이후의 삶까지도 준비했죠.
교도소장의 개인 회계사처럼 일해왔기 때문에 그의 비자금을 가로 챌 수 있었습니다.
그 돈으로 탈옥 이후의 삶을 준비할 수 있었던 겁니다.
반면 감옥 이후의 삶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레드는 어느날 느닷없이 석방이 됩니다.
마치 하루아침에 잘린 회사원처럼 감옥에서 쫓겨나게 된 것이죠.
그는 자살한 할아버지 죄수처럼 사회에 적응하지 못했고,
절망감에 삶을 끝장내고 싶어하던 찰라에 한가닥 희망을 건네 받습니다.
바로 앤디의 편지와 현금이었죠.
두 사람은 바닷가에서 재회합니다.
아마도 그들은 어부로서 새로운 삶을 이어갈 것 입니다. 그렇게 영화가 끝납니다.
여기서 얻은 인사이트.
감옥같은 회사에서 탈출하고 싶다면 미리미리 퇴사준비를 철두철미하게 하자.
만약 준비가 안됐다면 퇴사준비를 철두철미하게 한 동료와 절친이 되자.
그런데 여기서 숨은 함정.
영화가 끝났으니 앤디와 레드가 이후 행복하게 살았는지는 모릅니다.
고기가 엄청 안잡혀서 쫄쫄 굶었을 수도 있죠.
마찬가지로 아무리 퇴사준비를 열심히 해도,
아무리 퇴사 준비가 잘된 동료와 절친이 돼도,
퇴사 이후의 삶이 행복하리라는 보장은 없죠.
어쩌면 더 한 감옥에 갇히게 될 수 도 있습니다.
인생사 복불복. 앞날은 어찌 될 지 모릅니다.
그러고 보니 포스터 속 글귀가 용하네요.
"두려움은 너를 죄수로 가두게 하고
희망은 너를 자유롭게 하리라"
두려움과 희망 중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