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공화국에서 지갑지키기

사기꾼의 믿음은 면죄부가 될까

by 삐탐

“이 고약을 몸에 붙이고 100일만 지내면 모든 병이 나아집니다.”

어떤 산신령 같은 사람이 이렇게 외치며 스티커를 팔았다.
수십 년 동안 산에서 약초를 캐다가 개발한 신제품이라며 자신만만하게 말한다.

그의 말을 믿고 고약을 샀다. 그런데 전혀 효과가 없다.
그를 사기죄로 고소하면 처벌받을 수 있을까?
의외로 쉽지 않다.

법은 ‘속이려는 의도’가 있어야 사기라고 본다.
만약 그가 진심으로 “이 고약은 병을 낫게 한다”고 믿고 있었다면,
사기죄로 보기가 어렵다.


믿음으로 무죄가 된 사람들


비슷한 사례가 있다.
한 사이비 교주가 종말의 날을 선포했다.
“천국에 가려면 내 계좌에 돈을 입금하라.”

신도들은 믿고 돈을 보냈지만,
종말의 날은 조용히 지나갔다.
신도들은 사기죄로 고소했지만, 법정에서 교주는 주장했다.
“나는 신의 계시를 그대로 믿었을 뿐이다.”

만약 그가 정말로 그렇게 믿었다면, 사기의 고의가 없다고 본다.
그러니 사기죄로 단죄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꼬리가 잡혔다.
교주가 종말의 날 이후에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상품에 가입했던 것이다.
종말이 오지 않을 것을 스스로 알고 있었다는 반증이었다.
덕분에 그는 결국 사기죄로 처벌을 받았다.


사기 공화국의 현실


우리 사회는 흔히 “사기 공화국”이라 불린다.
사람들에게 희망을 팔기도 하고, 불안을 팔기도 하면서
끝내는 지갑을 노리는 이들이 넘쳐난다.

그들은 늘 말한다.
“나는 믿고 있었다.”
그 믿음이 때로는 법의 잣대를 비껴가는 면죄부처럼 작동한다.

하지만 결국 말과 행동의 모순은 언젠가 드러난다.
그때야 비로소 사기의 민낯이 드러난다.

중요한 건 단순하다.
누군가의 강한 ‘믿음’이 곧 ‘사실’은 아니라는 것.
이 진실을 잊지 않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지갑을 지키는 첫 걸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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