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막 종영한 드라마 〈폭군의 셰프〉는 흔치 않은 파격을 보여주었다.
연산군을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으로 만든 것이다.
보통 연산군은 ‘폭군’의 대명사로, 역사책 속에서 늘 냉혹한 평가를 받아왔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그를 사랑과 음식, 유머의 장으로 데려와 새로운 인물로 다시 태어나게 했다.
처음에는 낯설었다. 하지만 곧 다른 작품들이 떠올랐다. 〈대장금〉과 〈천일야화〉다.
실제로 원작자는〈천일야화〉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폭군 술탄과 결혼한 셰에라자드가 매일 밤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어 목숨을 이어간 것처럼,
〈폭군의 셰프〉의 주인공은 맛있는 음식을 내놓음으로써 살아남는다.
이야기 대신 음식, 이야기꾼 대신 요리사. 소재는 다르지만 본질은 같다.
생존을 위해 창조성을 발휘한다는 점이다.
이 지점에서 나는 책 《생각의 탄생》을 떠올렸다.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부부는 창의성이란 번뜩이는 순간의 재능이 아니라,
서로 다른 영역을 연결하는 사고의 습관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과학자든 예술가든, 위대한 발명은 늘 “닿을 수 없던 것들을 잇는 순간”에 태어난다.
〈폭군의 셰프〉가 보여준 것도 바로 그것이었다.
역사 속 폭군이라는 캐릭터와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
그리고 음식이라는 생활적 소재가 서로 충돌하고 이어지면서 새로운 매력을 만들어냈다.
〈천일야화〉와 〈폭군의 셰프〉를 함께 떠올리면 창조성이 단순히 멋진 아이디어의 산물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 도구임을 알 수 있다.
이야기를 하든, 음식을 만들든, 인간은 위기 앞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함으로써 살아남는다.
〈폭군의 셰프〉는 우리에게 말한다.
창조성이란 먼 곳에 있지 않다고. 오히려 익숙한 것들을 낯설게 배치하고,
맞지 않을 것 같은 것들을 이어 붙이는 순간에 피어난다고.
《생각의 탄생》이 강조한 메시지와도 같다.
창의성은 재능이 아니라 연결의 기술이다.
그리고 그 연결은 때로는 생존의 무기가 된다.
어쩌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순하다.
세상의 여러 조각들을 조금 삐딱하게 바라보고, 용기 있게 이어 붙여보는 것.
그러면 폭군도 로코의 주인공이 되고, 평범한 일상도 새로운 이야기로 다시 태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