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너무 많아
마드리드 오자마자 소매치기한테 털릴뻔했지. 기차역부터 쫓아온듯하다. 숙소 가는 밤길, 오른손은 캐리어를 끌고 왼손엔 케밥을 들고 있었다. 그러던 중 기분이 싸해서 고개를 돌렸는데 소매치기가 내 가방 자크를 열고 있더라. 갑자기 유유히 쒀리를 외치며 사라지던 소매치기 군단. 보복당할까 무섭기도 했지만 자꾸 입에서 큰소리로 욕이 나왔다.
마드리드엔 사람이 엄청 엄청 엄청 많았다. 바르셀로나보다 사람이 더 많다. 이건 명동에 밀도다. 붐비는 곳에서 기 빨리는 편이라 마드리드에선 최대한 거리를 걷지 말자 결심했다.
안달루시아 지방은 2~5유로에 타파스 한 접시 했는데 마드리드로 오니 7-10유로쯤이다. 수도는 역시 물가가 다르다. 그래도 맛있는 걸 찾아 열심히 먹었다. 멸치 튀김, 버섯 볶음, 감자 오믈렛 그리고 호스텔에서 무료로 주는 파스타 저녁까지 알차게 챙겼다.
일요일엔 무료입장인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을 방문했다. 특히 게르니카는 전시 순서가 인상적이었다. 전쟁에 참혹한 사진과 그림을 둘러봐 분노와 슬픔이 충분히 차오를 때쯤 게르니카 전시관이 나온다. 덕분에 그림에 더욱 몰입할 수 있고 전쟁에 잔혹함을 잘 느끼게 해줬다.
미술관 밖엔 위협적이고 아슬아슬 서있는 조형물이 눈에 띈다. '오 멋있는데!' 하고 사진 한 장 딸랑 찍어왔는데 하... 내가 좋아하는 작가 리히텐슈타인에 붓터치 조형물이었다. 난 팬이 아니야 ㅜ.ㅜ 멍청이
마드리드에서 가장 좋았던 카이샤포럼 옆 정원 설치 조형물이다. 정원이 세로로 되어있다. 풀이 흙없이 세로로 자라다니 신기했다. 인셉션 한 장면처럼 언젠가 중력 상관없이 하늘을 걷는 인간이 사는 시대를 상상했다.
수직 정원을 마지막으로 스페인 여행이 끝났다. 한 바퀴를 대충 돌았을 뿐인데 옷차림도 스페인 사람처럼 바뀌었다. 패딩과 운동화를 버리고 무스탕과 첼시 부츠로. 그리고 그들처럼 매일 낮잠을 자고 매일 후식을 먹고 매일 와인과 맥주를 마셨다. 나처럼 (조..조금..씩) 하루 5끼 먹는 사람에게 타파스 문화는 단연 최고다. 자, 이제 비대해진 몸을 이끌고 이제 포르투갈로 가자. 스페인은 아디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