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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톢이 Mar 21. 2018

꽃 길 따라 잠시 쉬어가다

광양 매화꽃, 구례 산수유꽃

떠나려거든 보내 드리오리라

님이 가시는 길에 꽃을 뿌리오리라

 남도에 먼저 봄이 왔다. 매화꽃이 만개한 교육도시 광양에 봄이 왔다.

 평일인데도 차가 많았다. 숭실대, 새마을 금고, 대구 향우회, 한강 여행사, 분당 산악회 등. 버스를 한 40대까지 세다 말았다. 1km를 가는데 약 1시간 걸렸고 결국 주차장에 자리가 있을리가. 동네가 좁기도 했지만 멀리라도 주차공간 넓게 만들고 인간들을 걸어가라 하든가. 일차선 도로에 인간과 차량이 혼재되어 있어 걷기가 위험했다. 평일에 이 정도면 주말은......hell.....

 주차난으로 욕을 바가지로 하며 축제장을 향했다. 비록 길은 좁지만 도로 양쪽은 매화꽃으로 가득. 상큼한 꽃향기도 가득.

 화려한 등산복 패피 무리는 마을을 올라가지 않고 돌 밑에서만 사진을 찍는다. 그 덕에 마을 밑은 사람으로 붐비지만 홍쌍리 할머니 마을은 한적했다.

 산등성 위에서 바라본 꽃잔치. 벚꽃과 다르게 꽃망울이 작고 만개를 해도 뭉텅뭉텅 핀 모양새다. 하지만 골짜기마다 가득 핀 매화나무는 장관이다. 사진으론 표현 못하고 글로도 표현 못하는 나는 그저 팝콘을 뿌려놨다고 말하겠다. 웰컴 투 동막골에 팝콘 터지는 장면이랄까.

 누군가에게 낭만으로 보이는 꽃, 내겐 팝콘으로 보이는 꽃, 누군가(주민)에겐 그저 일이겠지? 매실 언제 다 따냐.

 점심은 하동 화개장터에 들러 재첩국과 파전. 남도에 흐르는 섬진강 재첩과 벚굴이 유명하다길래. 하지만 벚굴은... 너무 커... 무섭게 생겼다. 만취한 속이 풀릴듯 시원한 으른 맛 재첩국을 마시고 화엄사로 이동했다.

 절은 조용해서 좋다. 잡음이 없어 좋다. 공기가 맑아 좋다. 부처님께 올해의 기도를 드리고 폐에 신선한 공기를 채웠다. 미세먼지야 내 몸에서 나가라!

 절 산책 후 5시가 지나 도착한 구례 산수유 꽃 축제. 갑자기 우박이 내리기 시작했다. 귀싸대기를 날리던 얼음을 뚫고 노랭노랭 산세와 어우러진 꽃밭을 바라보았다.

 ... 전나 추웠다. 우박이 연신 귀싸대기를 때리고 머리카락에 붙어 얼고. 안개 덕에 산세는 더욱 운치 있었지만 나는 살아야겠다. 격해진 꽃샘추위로 꽃구경 이제 그만. 내가 사는 곳에도 내 인생에도 얼른 봄날이 오기를 빌어본다. 보고싶다 그렇게 말하니까 더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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