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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

여행의 목적

by 성포동알감자

분노가 육신과 정신에 가득이니 독소 해소를 위함으로 여행을 선택했다. 더불어 삶의 리듬과 유연성을 복구하기 위해 부지런이 돌아다녔다.

좋긴 좋았다. 독소가 빠지는 것 같았다. 한데 아직까지도 답답함이 남아있었고 나는 내게 의문이 들었다. 여행의 목적이 결국 이거였나 싶어서.

1. 독기 빼기

그동안 사회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상당했고 사람한테도 많이 치였잖아. 안식년의 느낌으로 쉬는 거지. 1년쯤 쉬다 보면 쌓인 독기들이 빠지면서 세상을 어쩌면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2. 현실도피

한국의 삶이 지긋지긋하고 부조리한 구조가 화딱지가 난거지. 여행하다 보면 새로운 꿈이나 목표, 방향이 잡힐 것 같아. 뭔가 현재로썬 한국에선 답이 없는 느낌이니까. 해외에서 찾자 보자의 현실 도피의 마음.

결국 질문의 답이 찜 찌름 하여 더 멀리 나가보기로 했다. 28박 30일의 유럽 여행으로. 한 번쯤 가봐야 하지 않겠나 싶은 마음도 강했고 로망도 있었다. 하지만 쭈구리가 됐는지 로망보다 겁이 더 많이 났다. 다행히 여행의 끝에선 설렘과 아쉬움을 채워 돌아왔고 내가 던진 질문의 다른 합의점도 찾아냈다.

3. 돌아다녀야 살아있는 기분을 느낀다.

4. 배가 고프거나 체력이 방전되면 모든 의문들이 사라진다. 그저 생존만 남는다.

5. 배가 따시면 고민들이 스멀스멀 수증기처럼 나타난다.

단순한 해답을 위해 나는 그렇게 걷고 걸었나보다.

마지막 답은 여행을 준비하면서 읽은 책의 글귀인데 마음에 와 닿길래. 민혜련 작가가 쓴 게스트하우스 프랑스 프롤로그의 일부이다.

6. '혼자서,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낯선 도시에 도착해서 겸허하게' 자신을 돌아볼 용기를 가진 친구를 위해.

이젠 독기 빼기, 현실도피가 아닌 나를 돌아보는 여행만 가득하기를 나에게 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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