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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톢이 May 23. 2018

제주 꽃 길 따라 잠시 쉬어가다

제주 3박 4일 가족여행 패키지

 엄마는 올해도 (가족끼리) 여행을 가고 싶어 한다. 난 혼자 가는 게 좋지만 동생에 설득으로 반강제적 가족 여행을 계획했다. 해외는 돈도 들고 귀찮고 4월엔 제주가 딱이지!

 일하는 동생 일정에 맞춘 날짜라 꽃 못 본다고 욕 되바라지게 했는데 이상 기온으로 도착한 제주는 꽃 천지였다. 이번 여행 핵심은 1. 멀리 안감. (숙소에서 20km이상 가지 않기), 2. 숙소 근처인 동쪽만 관광하기. 3. 쉬엄쉬엄 다니기이다.



DAY1. 고기 국숫집 - 제주대 - 숙소

 분명 두시에 도착해야 하는데 비행기 연착(이런 아씨아놔!)으로 오후 3시 넘어 도착했다. 고기국수로 늦은 점심을 때운 뒤 1일 1 일정은 해야 하니 가까운 제주대로 만개한 벚꽃을 보러 향했다.

 벚꽃 천지 제주대구나~ 생각보다 꽃길이 길었고 (급한) 엄마를 따라 걷다 보니 끝인 줄 알았던 도로 건너가 또 벚꽃길이다. 도로를 감싸는 핑크색이 카드캡터 체리 오프닝곡을 주절거리게 한다. 캐치유 캐치미 캐치미 캐치미 이젠 숨바꼭질은 그만 (그만)



DAY2. 꽃길따라 가시리길 - 백약이 오름 - 김녕 해변

 숙소에서 조식을 간단히 해결 후, 내가 계획한 일정상 가장 먼 가시리 길을 향했다. 유채꽃 군락지로 워낙 유명하고 제주 주민 최주부 님께서 벚꽃과 유채가 만발한 사진을 보내주어 무조건 가야 했던 곳.

 뽠타스틱어메이징! 표현이 단순한 나에 느낌은 이 정도.

 엄마적 표현은 아이고 10년 치 꽃은 다 봤네 앞으로 꽃은 안 봐도 되겠어~

 아빠적 표현 예쁘구먼.

 동생적 표현은 말없이 사진 천장 찍기 (제발 그만)

 엄만 오름이 가고 싶다 했다. 그래서 가시리 꽃길 근처 백약이 오름을 향했다. 결국 오름을 원한 엄마는 오르기를 힘겨워했고 다시는 오르지 않겠다며 다음엔 둘레길에 도전한다는 충격적 말을... 정작 아무 생각 없이 올랐는데 뜨거운 햇빛과 바람을 맞으니 제주 갬성을 느껴져 좋았다. 무엇보다 산보다 오르기가 쉬우니 좋더라.

대존맛

 점심으로 우럭 튀김을 먹고 후식은 구좌읍에서 유명한 당근으로 만든 당근 주스에 당근 케이크. 카페에 앉아 소화도 시킬 겸 쉬려 했는데 부모님은 앉아있는 걸 잘 못하나 보다. 빨리 어디를 가야 한다며 나를 재촉한다. 머물려는 자와 가려는 자가 투닥거리다 결국 근처 김녕 해변으로 나왔다.

 바다색이 아름다운 김녕 해변은 아쉽게도 물이 빠져있더라. 보말도 못 잡고 미역만 보고 왔다. 그래도 언제와도 좋은 김녕 바다. 제주갬성.  

 


DAY3. 월정리 해변 - 비자림 - 성산일출봉 - 섭지코지

 이 날은 완벽하게 제주 핫플레이스 투어다. 사실 월정리는 계획이 없었다. 늦잠을 자는 나 빼고 모두 새벽 6시부터 일어나 씻고 준비를 한다. 동생은 일출을 보고 엄마는 근처 산책을 아빠는 자전거를 타더라고. 모두가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결국 7시쯤 일찍 잠이 깨 바다 산책이나 할 겸 월정리로 나갔다.

월정리에서 졸려서 정신나간 사람

 아침 식사 후, 숙소에서 5분 거리인 비자림을 가족에게 둘러보고 오라 했고 난 홀로 숙소에 남아 꿀잠을 청했다. 조용함, 제주 햇살, 낮잠이 더해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말타는 아빠

 가시거리가 좋은 날이 별로 없다고 주서 들었는데 이 날도 성산일출봉은 매우 쾌청했다. 동생이 가까이 보이는 구름을 보며 연기가 왜 이리 많냐고 말해 순간 대 폭소도 했다. 아빠는 말에 집착해 어린이 틈에서 말을 타셨고 섭지코지에서도 말에 집착하는 아부지덕에 가족 전체가 마차도 탔다.

 저녁 메뉴는 흑돼지 오겹살. 일반 제주 고기랑 흑돼지고기를 같이 시켰어야 했는데 흑돼지만 주문해서 특별함을 느끼지 못했다. 그냥 삼겹살과 맛이 비슷하다며 먹는 나의 가족이여! 제주 흑돼지 오겹살 진짜 맛있는 건데!

제주에선 해가 커보임



DAY4. 함덕해변 - 삼양해변 - 동문시장 - 공항

 마지막 날 역시 이른 기상시간으로 오전에 여유가 있어 함덕 서우봉 해변을 산책하려 했으나..... 날씨가 구리다. 맑았던 제주 날씨가 이상한 거고 흐리고 비 오는 날이 정상이던가? 여하튼 해변은 안개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동네 큰 도로까지 안개가 껴 아무것도 안 보인다. 삼양 검은 모래 해변도 마찬가지. 결국 산책 포기. 동문시장에 들러 오메기떡과 초콜릿 기념품을 사서 바로 공항으로 이동했다.

 사실 딱히 한 것도 없지만 가족여행은 뭔가 힘들다. 그래도 부모님이 좋아했으니 그걸로 다행인데 자꾸 나는 피곤해.

 하지만 예쁜 것 많이 보고 맛있는 것 많이 먹고 날씨 좋고 이 모든 것에 감사하다!

안개 속 유일무이 발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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