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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톢이 Nov 02. 2021

개랑 제주도를 다녀왔다

그리고 개랑 싸웠다(?)

 갑자기 집안에 백신 사고가 생겨 계획했던 제주도 여행을 취소했는데 갑자기 나도 살자 싶은 마음으로 갑자기 제주도에 가게 되었다. 친구의 반려견인 푸들과 함께.

 가기 전부터 문제가 생겼는데 그것은! 바로 개의 몸무게였다. 반려동물 무게가 케이지까지 7kg가 넘으면 반려견을 안고 타는 것이 불가능해 수하물 처리를 해야 한다. 물론 무게가 더 나가면 수하물 처리하면 되지만 개에게 스트레스가 심해 안고 가는 것이 가장 좋다. 가는 것도 스트레스를 받지만. 당시 개의 무게는 6.3kg였고 가볍다고 산 케이지는 너무 작아 들어가지 않았다. 기존 케이지에 넣어 위태롭게 7.1~3kg을 왔다 갔다. 일단 당일 반나절을 굶기고 공항으로 출발했다.

 아니 비행기를 누가 새벽에 예약해! 친구가 티켓 대신 예매해줬는데 나한테 왜 그랬어!! 점심형 인간으로서 새벽에 움직이기가 매우 힘들었다. 난 해외여행 때도 낮에 움직이는 사람이라고. 체력이 그만큼 딸리기 때문인데 함께 간 친구가 체력이 좋아 그런지 제주를 일찍부터 즐기겠다고 첫 비행기를 예약한 것! 좀비 상태로 공항에 달려갔다. 이 새벽에 사람 없겠거니 했는데 웬걸 개천절을 낀 주말이라 새벽부터 전국구 사람들이 북적였다. 역시 부지런한 한국사람들. 심지어 예약한 비행기는 오버부킹으로 자리가 없어 비상구 좌석을 타고 내려갔다. 친구도 공복인 개 덕분에(?) 7.0kg를 맞춰 개를 안고 함께 제주에 내려왔다.

 좀비 상태로 도착한 제주에서 오전에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밥 먹고 산방산 근처 해변에서 뻗었다. 차 안에선 산방산을 마주쳤는데 굉장히 웅장하고 멋있었다. 산방산 근처에 무슨 일이 있던 건지 월정리처럼 골목마다 가게가 들어섰고 커다란 숙소나 감성 용품이 파는 곳들이 많았다. 길도 깔끔해지고. 그리고 매번 들렀던 제주시보다 나무도 많고 꽃도 많았다.

 낮잠을 자고 카페인 충전 위해 들른 카페엔 고양이 알바생이 있었다. 고양이 알바생 일을 참 잘한다. 덕분에 소금빵을 3개나 사 먹었다.

 그리고 바로 숙소에 들어가려 했으나 가는 길에 배롱나무가 예쁜 절이 있다길래 들렀다. 아 꽃은 없었다. 그래도 나무 관리 누가 하는지! 나무가 너무 예뻐요!! 공항에서 함께 온 사람들이 어디 갔는가 싶을 정도로 내가 간 밥집, 카페, 바닷가에 사람이 없었다. 심지어 절에는 스님 한분만 계셨다. 인간과 개는 신이나 가을볕을 온몸으로 맞으며 피곤한 몸을 움직였다.

 산책  해가 지기  노곤해진 몸으로 숙소에 들어왔다. 인테리어는 오래돼 보였는데 정원 정돈이 잘되어 있고 뷰도 좋은 숙소였다. 무엇보다 깔끔해서 좋았다. 바다가 바로 앞에 있는  아니라 파도소리도 적당히 들려서 ASMRrrrrr효과도 있었다. 사실 바닷가 바로  숙소는 뷰는 좋은데 바람소리, 파도소리가 생각보다 커서 청하기가 쉽지 않다. 피곤하기도 해서 꿀잠을 예상했는데 무지하게 설쳤다. 개가  사람 침대에서 같이 자냐!주인아! 개가 머리맡, 다리사이, 사람 사이  여기저기 움직이고 밟고... 나도 자다가  번을 깨서 개를 밀쳤는데 무거워서 밀쳐지지도 않고 자면서 자리다툼으로 개랑 엄청 싸웠다(?) 아니 애초에 방을 따로 잡을걸  개랑 자려고 했을까. 바보다. 개나 나나...

 그리고 숙소엔 길냥이가 많았다. 동네 길고양이들인데 밥을 주기 시작하니 터를 잡은 거 같다 하셨다. 특이 사진의 노랑 고양이가 자주 오는데 나는 얘가 숙소 주인인 줄 알았다. 여기저기 숨어 자고 있는 모습을 숙소 있는 내내 보았기 때문. 하 절라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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