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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톢이 Nov 16. 2021

올레길에서 만난 코다마

올레길 6코스

 다음날은 올레길 6코스를 걸었다. 작년에 성산 쪽 올레길을 걸으며 바라본 제주 풍경이 좋았던 기억 때문이다. 웅장함과 대자연을 보여주는 관광지 매력과 다르게 올레길 제주 풍경은 소박하다고 해야 하나 cozy 하다고 해야 하나. 정감 가고 편안함이 느껴지는 여하튼 그러한 느낌적인 느낌이다.

 가는 길 가을볕은 뜨겁지만 바람이 불어 선선했다. 날이 좋아 그런지 라이딩을 하는 사람이 훨씬 많았다. 걸으면서 동네에 꽃과 풀을 감상하며 걸어갔다. 

 제주의 코다마. 코다마는 원령공주에 나오는 숲의 정령인데 얘네가 머리가 막 돌아가고 얘네가 죽으면 숲이 죽은 거다. 그것이 제주도에 있다. 코다마들이 있으니까 제주 숲은 아직 살아있나 보다. 비자림 나무 베어버려서 화났을 텐데 아직 정령들이 버텨주고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다.(뭔 소리야!!!)

 가던 길 산자락에 흑돼지 만두 파는 곳이 있어 간단하게 먹고 걸어갔다. 그곳은 만두와 함께 제주 식물을 파는 곳이었는데 갑분 사장님 나오셔서 식물 TMI를 시전 하셨다. 길에 심어져 있는 거 내가 다 식재한 거라며 바나나 나무랑 야자수를 개발했다는 둥 학회 이야기와 명함을 주고 이야기는 끝이 나지 않고 옆 테이블 가서 똑같은 이야기를 또 하셨다. 

 올레길 6길은 가다가 리조트를 뚫고 가야 한다. 졸지에 리조트 구경도 했고 사람 많은 카페도 훅훅 지나갔다. 길에 소정방폭포가 진짜 좋았는데 위험하지 않고 가까이 볼 수 있어 좋다. 가을볕에 지쳐있다가 만난 폭포는 시원하고 기분이 상쾌해졌다. 길의 반은 바닷길이고 반이 산길이고 반이 도로인데 산길은 꽤나 미끄러우니 조심해야 한다. 왜냐하면 건방지게 크록스를 신고 가서 발을 삐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개와 함께 걷느라 그리고 풍경 보며 걷느라 쉬엄쉬엄 걸었는데도 지쳐서 돌아오는 길엔 30분 정도 노숙 낮잠을 청하고 돌아왔다.

이거 키우고 싶어!!
나보다 큰 리조트의 알로에
나보다 큰 콜로카시아

 제주엔 여러 번 갔지만 올레길 살인사건이라던지... 무서워 선뜻 도전해보지 않았다. 게다가 최초로 방문했던 N 년 전에 김녕해변 올레길이 스산해서 무서운 기억이 남아 꺼려했는데 어느덧 올레길에 소박하고 정적인 풍경에 매료되었는지 다른 관광객처럼 올레길을 걷고 있었다. 앞으로 체력을 다해 올레길을 걸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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