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톢이 Dec 12. 2021

대부도 대송 습지 철새 탐조

새를 안 좋아합니다만

2021년 11월 6일 토요일

사회적 경제 서포터즈 체험으로 대부도 대송 습지에 철새 탐조를 다녀왔다.


 주말 오전 9시부터 시작되는 일정이라 늦잠 자서 택시를 타고 달려온 친구도 있었고 결국은 못 일어나서 못 온 아이도 있었다. 그렇게 지각과 노쇼로 시작된 아침. 12명이서 가기로 했는데 9명이서 출발하였다. 대부도는 중앙역에서 1시간 정도 걸리는데 기사 아저씨가 반월 공단길을 뚫어가는 스킬을 보여주셔서 40분 만에 도착했다.

 대송 습지에 도착하니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분명 출입금지지역이지만 철문은 완전 부서져있었다. 하... 한국사람의 시민의식이 매우 매우 의심되는 현장이다.

 낚시하며 소주 마시는 아저씨, 캠핑용품으로 밥을 먹는 가족들, 어린아이를 데리고 갯벌에서 조개 캐는 사람, 자전거를 타는 아저씨 등. 함께 간 아이들이 대송 습지 처음 와본다는데 처음부터 이런 모습을 보여주게 되어 괜스레 미안한 마음과 분노가 차올랐다. 아오!

 우리는 합법적으로 버스를 타고 대송 습지 안쪽까지 들어갔다.

 시화호는 안산이 계획될 때 육지로 이용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물이 빠지지 않고 땅에 소금기가 빠지지 않아 저렇게 두다가 물이 썩어서 다시 살리고 생태계가 복원되고 어느 순간 철새가 날아오고 서식지가 되었단다. 시화호는 생태계 복원으로 유명한데 어떻게 복원한건지는 조금 공부를 해서 나중에 포스팅 하는걸로. 중한건 오늘 철새 탐조를 진행하는 분이 그 시화호를 지켜내신 찐 레알 환경운동가분(시화호생명지킴이분)이다. 지금 시즌엔 매일 해가 뜰쯤 이곳에 와서 철새 관찰 하신다고 한다. 시화호에 몇 마리의 새가 있는지 왔다 가는지 새의 종류와 수를 센다고 한다.

 새들은 매우 예민해서 말소리, 발소리, 차 들어가는 소리에 후다다닥 날아가버린다. 그래서 차를 천천히 끌고 들어가서 차를 세운 뒤 5분 뒤에 차에서 조심스럽게 내려서 말소리도 작게 한 채 새를 탐조했다.

 뿔논병아리와 혹고니, 물닭, 가마우지, 괭이갈매기를 만났다. 이름이 신기했는데 물닭은 땅에 있는 닭처럼 흔하다고 해서 물닭, 괭이갈매기는 고양처럼 울어서이다. 어쩐지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서 어디 길고양이 있는 줄 알았다. 그리고 우리는 운이 좋아 혹고니를 보았다. 서양에서야 혹고니가 흔한데 아시아 쪽에선 보기가 힘들다고 한다.

 가마우지 이야기도 재밌었다. 하천길에도 자주 보이는 조금 큰 검정 새인데 얘네는 깊게 잠수를 해서 생선을 먹는다고 한다. 그리고 날개를 어깨빵(?)하듯이 날개를 펼치고 있는데 날개를 말리기 위함이란다. 어깨빵 사진을 못찍어서 아쉽.

 고독한 철새 탐조를 하고 근처 갈대길을 산책했다. 노루 똥이랑 노루 발자국도 보고 노란색이 화려한 산국도 만났다. 사실 철새 탐조가 재미있는 체험은 아니다. 게다가 내 경우는 새를 극혐 한다. 하지만 대반전으로 기분전환이 되었고 새도 볼만했다. 불법 출입한 사람이 많은 대송 습지 초입을 지나가면 인적이 드물어진다. 사람이 없는 것만으로 엄청 조용해진다. 잔잔한 물소리와 새소리만 들린다. 날이 좋았고 하늘이 청명했고 햇살이 따뜻한 그런 날이었다. 가만히 서서 새만 바라보고 자연스럽게 자란 갈대를 보고 걸었다. 이러한 상황과 장소가 치여살았던 스트레스를 잊게 해 주는 느낌이랄까. 여하튼 힐링이다.

 함께 간 아이들도 기대가 전~혀 없었는데 생각보다 재밌었고 좋았단 말을 내게 해주었다. 철새 탐조를 기획하고 의뢰한 나에게 뿌듯함이 들었다. 일정을 마치고 낙지 칼국수와 동동주를 먹으니 기분이 더욱 좋아졌다. 이번을 기회로 새를 혐오하지 않고 조금 관심을 가지게 되었지만 그래도 비둘기는 싫다(???????????????)


*대부도 생태관광지지네이쳐 사회적협동조합에서 진행했음

https://www.instagram.com/ecoggnature2020/

매거진의 이전글 올레길에서 만난 코다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