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텃밭클럽 2025년 갈무리

by 성포동알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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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텃밭클럽 봄텃밭 5~6월

옥상에 딜이 한가득 자랐다. 척박한 곳에서 잘 자라는지 2022년쯤 심은 딜의 씨가 날려 4년째 알아서 자라고 있다. 키울 사람도 없는데 괜히 딜 씨도 채종 했다. 가 너무 많아 한번 나눠야겠다.

잘 키우고 싶은 마음에 찾아보면서 작물을 키우니 기후는 점점 별로라도 작황은 나아졌다. 3년째 키우는 감자의 알은 파는 것보다 작아도, 기존에 키우던 것에 비해 커졌고 수확량도 늘었다. 감자랑 당근이 키우기에 쉽다지만 적절한 시기에 꽃을 따주고 적절한 시기에 솎아주고 적절한 시기에 가지를 쳐주고 적절한 시기에 흙도 덮어주고 적절한 시기에 비료도 줘야 한다. 할 게 많다. 쉽게 자라는 건 없다.


봄의 기후는 4월까지 춥다가 갑자기 여름이 오는 식이 되었다. ‘서서히’라는 것이 사라지고 있다. 기온이 서서히 오르면서 파종할 시간과 모종이 성장할 시간을 줘야 하는데, 작물에겐 클 시간이 부족하다.

봄비는 약인데 부슬부슬한 비 모양은 사라지고 폭풍 같은 스콜의 비가 내린다. 그럼에도 나는 온도, 습도, 땅, 작물의 모습을 보며 감각적으로 '적절함'을 찾아간다. 작년에는 수확 시기의 적절함을 잘못 택해 당근이 다 물렀고, 그전 해에는 해가 뜨거워 심이 생긴 당근을 수확했다. 그렇게 우리는 점점 적절함의 감각을 익혀가며 맛있는 작물의 수확 시기를 찾아다.

나의 수확 능력이 +5p 상승하였습니다.


생활텃밭클럽 여름은 쉬어야 하는데 못 쉼(7~8월)

여름의 텃밭은 쉬어가는 시기지만 5월부터 여름인 토마토와 가지 모종을 심어 이어나갔다. 하지만 아직은 열매스킬 부족 채소 키우기가 어려웠다. 토마토 가지치기가 어려워 키가 2m 넘게 자랐고 열매는 맺히지만 익지를 않고 썩어서 떨어졌다. 약을 안치니 파프리카엔 노린재가 바글바글했다. 그냥 잎과 노린재 비율 1:1. 고구마도 아무렇게나 심어도 난다더니 가지도 쳐야 하고 줄기고 한 번씩 털어줘야 한단다. 고구마도 망했다.

그래도 색이 다양한 파프리카를 모종을 샀는데 초록색 파프리카만 나왔고 수박을 키웠는데 참외가 나왔지만?????? (화원에서 모종을 대충 파신 거 같다) 여름작물도 반은 성공인 걸로 하자.


생활텃밭클럽 가을은 매년 비건 김장(9~11월)

가을엔 무조건 김장작물이다. 배추 일부는 모종사서 심고 나머지는 무와 함께 파종했다. 올해도 다른 밭보다 2주 정도 늦게 심기도 했고 능력과 비료 부족으로 크기가 작은 배추와 무를 수확했다.


작년과 다르게 늦여름이 빨리 저물고 가을은 일찍 다가왔다. 하지만 가을비가 많이 내렸다. 그래서 올해 배추와 무는 무름병으로 고통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우린 밭은 사질토(모래밭)라 무름병 따위 없지. 비 덕분에 자주 모이지도 못했고 잡초도 별로 자라지 않아 손이 덜 가는 가을밭이었다. 그렇게 가을밭은 유독 시간이 빠르게 러갔다.

무의 흙 북돋움을 신경 쓴 터라 여태껏 키웠던 무 중 가장 크게 자랐다! 막판 2주 정도 김장작물에 물과 비료도 주지 않는 국룰로 밭을 말렸더니 배추랑 무 엄청 달아졌다.

마트 것들 보다 한참 작은 무와 속이 덜 찬 배추로 김치를 만들었다. 엉망진창이라 덜 절여진 김치가 완성되었다. 매년 대~충 만들만 익으면 우리 김치 항상 맛있던데?

나는 봄텃밭보단 가을의 텃밭이 좋다. 김치 한통에 우리 모두의 시간이 담긴 느낌이라서 좋다. 그렇게 작물을 키우며 1년의 시간이 홀라당 지나갔다. 해는 개인적인 흐름(퇴사, 많은 인간관계 정리, 모임 정리 등)으로 기존보단 소홀했던 1년이기도 했다. 그래도 재미있자고 한 텃밭모임에 혼자 진지해서 유기농업기능사 자격증도 취득하고 기후책도 보고 농사책도 읽고 작부체계 짤 정도의 레벨업이 되었다.



+ 그리고 2026년 텃밭 근황

23년도부터 도시농업연대에서 청년들 밭 가꾼다고 기특해만 하고 호시탐탐 일 시킬 궁리만 내비치고 밭 준다고 희망고문 했다가, 드디어 25년도에 처음 공유농장을 내어주더니 26년엔 실적이 없어 회수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


대여해 준 건 감사했던 일인데 무슨 농장에 실적이요? 1년이라도 대여해 준 일에 감사해야 하나 싶다가도 1년만 찍먹 하게 해서 또 열받고 열받고 개열받아.


기승전: 농사 짱

결: 안산시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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