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걷고 쉬고 먹고 걷고 쉬고
써니랑은 8년 전(2017년이 8년 전이 맞나?) 몰타에서 만난 친구다. 당시 스페인 세비아랑 마드리드 여행도 함께 했었고 3년 전엔 써니 친구 수영이까지 함께 방콕여행도 다녀왔었다. 해외에서 만난 인연을 아직까지 이어가고 그렇게 우리 셋은 매년 만나는 사이가 되었다. 둘은 양평 주민이라 나는 기회가 되면 양평투어를 해달라 부탁했었다. 이번에 우연히 셋이 시간이 맞아 나는 양평에 1박 2일를 머물게 되었다.
Day1 서종면 블랙밤부 - 테라로사 서종점 - 청운면 CU(수영이 알바하는 곳) - 춘천 세계주류마켓 - 춘천 막국수(맛없어서 가게이름 비밀) - 스타벅스 춘천구봉산
우리는 서종면의 한 쌀국수집에서 아점으로 첫끼를 시작했다. 블랙밤부라는 쌀국수집인데 가게만 한 화분이 있고 직접 찍은 여행 사진들이 벽에 인테리어 된 모던하지만 어딘가 올드한 동남아 분위기가 나는 가게였다. 동남아 분위기를 더 살리려고 직원도 동남아 사람이었다. 아마 인건비가 싸서 고용했겠지만...
양평은 서울에서 가까운 여행지라 놀러 오는 사람이 많은지 전반적으로 물가가 비싼 편이다. 스타벅스 커피가 제일 싸고 아메리카노가 7천 원이 넘어가는 카페도 많다. 서종면은 양평의 부자동네라 물가가 더 비싸다고 했다. 낮은 산턱에 고급 전원주택이 즐비한 동네였다. 주로 연예인들과 은퇴한 부자들이 많이 산다고 한다. 그래서인가 주변에 화랑이나 갤러리가 많았고 특히 한의원이 많아서 신기했다. 산과 강이 있어 조용하고 살기 좋겠다 했더니 실상은 한강에서 자살하는 사람이 떠내려오는 강이란다.
쌀국수집 근처 동네를 산책한 뒤 테라로사 서종점에 후식을 먹으러 들렀다. 테라로사 서종면은 복합공간으로 된 곳이었다. 주변에 산책로가 잘 되어있고 잡다구리 한 거 사기가 좋은 가게들이 있다. 다행히 가격이 비싸서 지갑을 지켰다. 드립커피 한잔과 간단하게 빵을 먹은 뒤 양평역 근처 사는 써니네 집에 들러 혈당스파이크를 잠재우기로 했다.
휴식 후 청운면에서 알바하는 수영이를 짧게 방문하고 저녁엔 춘천 주류백화점에 들렀다. 양평역에서 청운면까지 차로 40분이 걸렸다. 양평역에서 춘천도 50분 정도만 걸리는 거리였다. 강원도가 가까운 양평이다. 세계주류마켓엔 술의 종류가 많았다. 행복했지만 가격이 싸진 않았다. 그래도 와인이 먹고 싶어 적당한 데일리 와인 3병을 구매했다. 주류 구매 후 써니 동친이 맛있다고 강추했던 춘천 막국수집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오늘은 하루 종일 면식이다.
써니는 강원대 출신이라 이곳에서 추억이 많았다. 잘 오지도 않는 전철 타고 통학했던 이야기, 신입생 때 과음 이야기, 엠티는 항상 가평, 홍천, 강촌 등. 그렇게 05학번 이즈 백 수준의 이야기를 하며 스타벅스 춘천구봉산점에 들렀다. 뷰가 유명한 스타벅스인데 비가 와서 밖이 보이지 않았고 뭔가 불륜스멜이 나는 장소였다. 우리는 디카페인 아메리카노로 맛없었던 막국수 맛을 누르며 다시 양평역으로 다시 돌아왔다.
Day2 비마이가든 - 양평 5일장 - 용문사 - 닭볶음탕
우린 저녁에 주류백화점에서 산 와인과 써니네 집에 있던 와인 2병까지 탈탈 털어먹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늦게 일어났다. 퉁퉁 뿔은 몸으로 피자 해장을 하기로 했다. 비마이가든에서 루꼴라 밭을 털어온 듯한 양의 루꼴라가 많은 피자를 먹었다. 내 추구미인 식물인테리어가 너~~~~~무 예쁜 카페였고 바로 앞은 남한강이 흘렀고 햇살이 좋은 날이었다.
해장으로 피자를 두둑이 먹고 양평역 근처에 열리는 오일장에 산책 겸 돌아다녔다. 장에는 진짜 사람이 많았다. 특히 막걸리에 전, 도토리묵, 생선튀김, 곱창볶음 같은 안주가 있는 야장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낮부터 할배들이 등산복 입고 한잔씩 걸치고 계셨다.
잠시 휴식 후 천살 먹은 은행나무가 유명한 용문사에 방문했다. 양평에 꽤나 자주 왔는데 용문사는 처음이었다. 차로 구불진 길을 20분 정도 들어가야 주차장이 나오는데 가을시즌에 이 모든 길이 주차장인지 헷갈릴 정도로 관광버스로 꽉 차있다고 한다. 산길 조성이 잘 되어있는 용문사를 20-30분쯤 올라가면 유명한 은행나무가 나온다. 아직 단풍시즌은 아니라 모든 것이 푸릇했다. 푸르른 것을 보니 정신없던 마음이 차분해졌다.
저녁은 써니네 아부지 친구 가게에서 먹었다. 닭볶음탕 맛집 이래서 들렀는데 정말 맛집이었다. 달지 않고 얼큰하고 깔끔한 기가 회복되는 듯한 토종닭 볶음탕이었다. 우린 땀을 쭉쭉 빼며 밥 한 그릇 완뚝을 했다. 써니와 수영이 덕에 재미난 동네 이야기도 듣고 먹고 산책하고 자는 것만 집중한 여행이었다. 뇌가 정신없을 땐 억지로 명상을 하기보다 밥 챙겨 먹고 자연 보면서 멍상하고(명상 아님) 저녁에 자는 게 최고의 여행임을 다시 알게 된다. 그동안 했던 일로 너덜너덜했는데 덕분에 잘 쉬다가 돌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