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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톢이 Jun 03. 2017

변산반도 채석강

노을이 아름답네요


그동안 독소 빼기 여행이라며 해외를 싸돌아다녀 나의 불안감을 눈치채지 못했어. 퇴사 후 온전히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집에만 처박힌 순간이 왔다. 이따금씩 밀려오는 불안감. 벌이는 없고 나가면 돈이니 쓸모없는 존재처럼 느껴지고 죽지 못해 사는 사람처럼 무기력하게 쳐져있었다. 직당 다닐 땐 감정을 추스르는 것이 쿨함이고 드러내지 않는걸 습관 삼다 보니 무엇을 좋아했는지 취미가 뭐였는질 잃어버렸다. 하고 싶은 일도 무엇인지 모르겠다. 좋아하는 걸 찾겠다며 백수의 길로 접어들었는데 어째서 방향을 잃고 무기력병이 먼저 찾아왔니? 나는 화성에서 온 남자처럼 깊은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무기력병에 걸린 김 좀비는 동굴 탈출을 위해 변산반도로 떠났다. 노을을 보기 위해 달려왔지만 해가 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눈이 시렸다. 집이 오이도랑 가까워 서해바다의 기대치는 전~~ 혀 없다. 자주 보는 것은 감흥이 없어지기 마련이니까 변산반도도 똑같겠지. 지금은 켜켜이 쌓인 돌 위를 걷는 게 더 좋다.



어영부영 있다 보니 해가 질 시간이 되었다. 해는 계란 노른자처럼 곧 익을 것마냥 동그랗다. 저런 해를 본 적 있던가? 오이도에선 못 봤는데. 송도만 보이 던디. 폭죽만 날리던데. 유난히 해가 큰 날이다.


 

  새삼스레 서해의 석양에 반한 나는 친구들에게 카톡으로 노을 사진 보냈다. 친구 1은 석양이 울적하단다. 친구 2는 그냥 하늘이 예뻐서 좋단다. 윤여정은 윤식당에서 슬프다고 말했다. 김좀비는 소음이 사라지고 차분한 시간이 다가와서 좋다고 했다.

 무기력병이 나선건 아니지만 적어도 김좀비씨는 동굴 속에서 탈출했다. 좋은 걸 보며 걸으면 병이 나을 거야. 여행이 약이겠지 내일은 더 돌아다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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