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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톢이 Jun 04. 2017

무작정 자동차 여행

내소사, 곡성역, 순천만


CSI 뉴욕을 보고 냉장고를 부탁해 윤두준을 보고 티비를 한참이나 보았다. 오래된 변산반도의 펜션은 침대 스프링이 휘어 편안 잠을 방해했다. 잠을 설쳐 퉁퉁 뿔은 얼굴로 어제 먹다 남긴 바지락죽을 먹고 근처 절이나 산책할 겸 내소사에 들렀다.



정신이 멍-한 불교 주술과 전나무숲의 신선한 공기가 몸에 부기를 빠지게 해준다. 직소폭포도 간다고 십여분 등산길을 오르다 왕복 4시간이란 문구를 보고 다시 돌아 내려왔다. 이 체력으로 하드코어 한 운동할 뻔. 어휴


물토하는 귀여운 뚱꼬북이
캬캬!!
윽...


내소사는 백제시대에 지어진 목조 절이라 오래된 나무도 많고 긴 세월을 가진 사찰이다. 다만 역사의 깊이가 얕은 나는 온전히 긴 세월을 받아들이지 못해 조금 위축되기도 했다. 그래도 대웅전에서 부처님께 3번 절하고 소원도 빌었다. 건강하게 열심히 싸돌아다니게 해 달라고.


 

산에서 내려오니 전 냄새가 진동을 했다. 막걸리가 생각나 자연스레 자리에 앉아 바지락 전을 시켜 먹었다. 운전을 해야 해서 정말 정말 아쉽게 막걸리는 미뤄뒀다. 바지락이 많아 물겅물겅 씹히는 식감과 기름진 전이 전라도 김치와 어우러져 더더욱 막걸리 욕구를 증폭시켜 후다닥 먹고 코를 막고 자리를 떠났다.



차를 끌고 남쪽으로 더 내려갔다. 가는 길에 곡성이 보이길래 영화가 생각나 무작정 곡성으로 향했다. 꼬깔콘을 사서 악마 인척 폐가를 볼 수 있을 거란 마음에 내심 두근거렸는데 무작정 내려온 곡성은 장미축제가 한창이었다. 할머니들이 그늘마다 자리를 차지했고 젊은 아이들은 뜨거움을 무시하고 인생 샷을 찍어댔다. 인터넷을 검색해 영화 속 폐가를 찾아보니 산기슭 꼬부랑길을 가다 나오는 곳이었다. 장미축제에서 순천 가는 거리와 시간이 동일하게 걸리길래 폐가는 포기하고 순천으로 목적지를 옮겼다.



오후 내내 지글거리는 햇살을 가득 먹었더니 당 수치가 떨어졌다. 가장 가까운 스타벅스에 들러 슈크림 라테를 흡입했다. 먹고 나니 어지러움이 진정이 된다. 할머니들이 그늘에만 있던 이유가 이거였던가!


당을 채웠으니 다시 순천만 향해 용산전망대를 올랐다. 오늘은 산에서 지는 석양이 보고 싶었다. 해질 시각이 얼마 남지 않아 순천만을 뛰어올랐다. 숨이 차서 기절한뻔하며 저질체력을 한탄했고 전망대에 올랐을 때 해는 다 지고 없었다. 흑흑. 다행히 아직 남은 햇빛으로 하늘이 주황빛으로 예쁘게 물들었다.



13년도에 순천만에 오고 두 번째 방문인 순천만. 그땐 뭐가 그리 시큰둥한지 감흥이 없었다. 시화호 같다고 했다. 예전의 나는 어리석은 자였다. 자꾸 돌아다니나 보니 마음속 근육통이 노곤노곤 풀리는지 마음이 동하는 느낌 있는 사람으로 (조금) 변하고 있다. 다시 하늘을 보게 되고 계절을 몸으로 느끼는 평범한 사람 말이다.


그렇게 나의 무기력함은 이틀 연속 노을 감상으로 이겨냈다고 한다! 여행이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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