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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톢이 Jun 07. 2017

순천 나들이

낙안읍성, 금빈 회관, 드라마 촬영장, 순천만 국가정원


자꾸 몇 년 전 순천 여행 때 느낌과 비교하게 된다. 낙안읍성에선 민속촌 같다고 투덜거렸던 기억이 떠올랐다. 민속촌은 중산층 조선시대 동네고 이곳은 좀 더 서민적인 조선시대 동네인데 디테일을 놓쳤었다. 다시 들른 낙안읍성에서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은 정승이 나를 맞이해주었다.


하흠훗허캬잉음낄
화장실
선생님,제자,개 - 박완서 작가에 대해 이야기 중
씬스틸러할머니. 곳곳에 존재하심.


곳곳에 있는 초가집 공방을 둘러보다 햇살이 강해 금세 지쳤다. 번데기로 요기를 때우며 데워진 황톳길에 물을 뿌리는 할아버지를 보았다. 한복을 입은 할머니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평상에 앉아계셨다. 초가집 동네는 낮에 정말 뜨겁구나. 과거엔 어떻게 살았을까 궁금하기도 하지만 올여름이 더 걱정이다. 5월인데 벌써 초여름 날씨라니 8월엔 익을 수도 있겠어.



병창 소리가 나는 놀이마당으로 향했다. 가야금병창 대회가 한창이었다. 초등학생부터 어르신까지 한복을 입고 대기 중이다. 그늘에 자리를 잡고 가야금을 뜯으며 한가락씩 연습하는 모습이 처음 보는 광경이다. 여긴 한국인데 오케스트라를 연주하는 모습은 익숙하고 가야금병창은 정말 낯설다.


보호색, 냥멜레온


결국 덥다는 핑계로 휴가지 패션의 아이콘 밀짚모자를 사서 쓰고 다녔다. 왠지 내가 쓰니 휴가지 느낌보단 농부다. 상당히 잘 어울린다. 

김농부씨는 성곽길을 걸으며 낙안읍성의 사진 포인트에 다다랐다. 옹기종기 모인 초가지붕이 한눈에 담긴다. 현실감이 없고 가짜 집 같다. 세트장 같고 사진은 합성 같다. 한복이나 거적때기가 어울렸을 텐데 괜히 풍경에 억눌려 기성복에선 이질감이 느껴진다. 

예전엔 민속촌에 관심이 전혀 없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수록 이런 곳이 재미가 있다. 사는 모습과 시대가 다를 뿐, 삶의 방식이나 고민은 되풀이되고 결국 같은 삶을 사는 기분이 든다. 


다시 방문한 떡갈비집 금빈 회관. 처음 갔을 땐 돼지떡갈비를 먹었다. 연봉이 삼천 넘으면 한우 떡갈비정식을 먹자고 친구들끼리 해맑게 웃고 블로그에 포스팅도 했었다. 그때 금빈 회관 사장님이 블로그에 댓글도 남겨주셨다. 돈 많이 벌어서 다시 방문해달라고. 하지만 어쩌다 백수라서 또 돼지떡갈비를 먹습니다. 

여전히 깔끔하고 많은 반찬은 내 뱃살을 희롱한다! 전라도 김치와 찰진 떡갈비는 미각을 깨운다! 위장이 터질뻔했다. 목구녕까지 음식을 채우고 배뚱뚱의 몸으로 화월당에 들러 볼카스텔라도 샀다. 배가 불러도 볼카스텔라가 생각이 난다.

 


꽤나 실감 나는 드라마 세트장에서 교복을 대여했다. 그리고 70년대 학생이 된 적도 없는데 그 시절 학생 인척 사진을 연신 찍어댔다. 결과물이 우스워 한참을 웃어댔다. 오래간만에 생각 없이 신이 났던 순간이었다. 



사진을 열심히 찍은 탓에 순천만정원에선 걷기가 힘에 부쳤다. 다행히도 세계정원을 도는 3,000원짜리 관람차가 있어 걷진 않았다. 관람차에서 정원의 설명도 나오고 넓고 넓은 곳을 수월하게 둘러보며 순천 여행을 마무리했다.


오랜만에 자동차로 하는 여행이라 멀미가 나긴 했지만 생각보단 많이 지치진 않았다. 장시간 차를 탄 나의 체력에게 고맙고 동굴 속 김좀비를 깨워 김농부로 거듭나게 해 준 운전자 친구에게도 감사함을 표한다. 몸을 바지런히 움직여 저질체력을 극복하고 건강하게 해달라고 다시 한번 부처님께 기도드리며 다음 여행을 기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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